어느덧 100골 고지가 눈에 보인다. 이제 손흥민(26·토트넘)은 유럽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선수다.
손흥민은 25일 잉글랜드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8~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9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득점을 앞세운 토트넘은 첼시를 제치고 리그 3위로 도약했다. 손흥민 개인으로 봐도 여러모로 의미가 큰 득점이었다. 첼시전 골은 손흥민의 이번 시즌 리그 첫 득점이었다. 동시에 유럽 진출 후 1군 무대에서 넣은 99번째 골이기도 하다. 이제 한 골만 더 넣으면 100골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1군 데뷔 8년 만의 일이다.
손흥민은 동북고 재학 중이던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16세 이하 유스팀으로 이적했다. 착실하게 성장한 손흥민은 만 18세였던 2010년 10월30일 쾰른과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자신의 1군 무대 첫 골을 터뜨렸다. 10대 나이에 분데스리가에 완벽하게 적응한 손흥민은 2011~2012시즌 리그 27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2012~2013시즌에는 12골을 터뜨리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2013년 여름 바이엘레버쿠젠으로 이적한 그는 2013~2014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12골, 그 다음 시즌엔 17골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특급 골잡이의 자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첫 시즌에는 주춤했으나 2016~2017시즌 리그 14골, 컵대회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포함해 총 21골을 폭발시키며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시즌에도 총 18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여파로 발동이 조금 늦게 걸렸지만 A매치 휴식기에 체력을 보충한 후 득점포를 가동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골은 그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넣은 50번째 득점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유럽 무대에서 100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일하다. 차 감독은 1978년부터 총 11시즌을 뛰며 121골을 넣었다. 리그에서 98골, 컵대회서 13골, UEFA 주관 대회서 10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차 감독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손흥민은 유럽에서의 9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손흥민이 지난 두 시즌 동안 40골 가까이 넣은 것을 고려하면 차 감독의 기록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 감독을 뛰어넘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아직 만으로 26세라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박지성이나 기성용 같은 가까운 선배들도 득점과는 가까운 선수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득점 레이스는 더 눈에 띈다. 한국 축구의 확실한 에이스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국내선수들과 비교할 때만 손흥민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유럽 전체로 봐도 확실히 최고 수준의 득점력을 갖춘 선수다.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인데도 빠른 페이스로 득점 기록을 쌓고 있다. 동년배 선수들과 비교하면 손흥민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팀 동료인 루카스 모우라는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생제르맹에서 2012년 유럽에서 데뷔한 후 8시즌을 뛰며 51골을 넣었다. 유럽 데뷔 시기는 2년 차이가 나는데 득점은 손흥민이 거의 두 배 많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필리페 쿠티뉴는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2010년 인터밀란에서 데뷔해 지금까지 79골을 넣고 있다. 같은 시기 1군에 진입한 레알마드리드의 이스코는 63골을 기록하고 있다. 모우라는 손흥민처럼 윙어이고 쿠티뉴와 이스코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다. 이들 모두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흥민의 득점력이 유럽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치다. 그것도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에서 성취한 기록이다. UEFA 리그랭킹을 보면 분데스리가는 4위, 프리미어리그는 2위에 올라 있다. 중소리그에서의 득점 기록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손흥민의 역사는 가치가 더 크다.
손흥민은 이제 100골을 정조준한다. 손흥민은 첼시전서 후반 33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돼 벤치로 들어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29일 홈에서 열리는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손흥민에게 휴식을 줬다. 이제 딱 한 골 남았다. 한국을 넘어 유럽 최고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