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을 필두로 도끼(이준경), 가수 비(정지훈) 등이 부모의 사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연예계 '빚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수 비의 부모를 고발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파문이 일었다.

글쓴이는 "저희 부모님도 피해자"라며 "부모님이 1988년도에 서울 용문시장에서 쌀 가게를 하셨다. 비의 부모도 같은 시장에서 떡 가게를 했다. 비의 부모는 떡 가게를 운영하면서 쌀 1500만 원 정도를 빌려 갔고 갚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비슷한 시기에 현금 800만 원도 빌려줬다며 총 2300만 원의 액수를 피해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금조차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던 그는 "결국 비의 가족은 잠적했다"며 "소송을 걸려고 했으나 가정 사정이 빠듯해 비용과 시간을 쏟기 어려워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장의 뒷받침이 될 수 있는 증거로 비의 아버지 이름이 적힌 약속 어음(800만 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뒤늦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확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27일 보도 자료를 통해 비의 공식 입장문이 올라왔다. 비의 소속사 레인컴퍼니 측은 "신중한 대응과 사실 확인을 위해 공식 입장이 늦어졌다"며 "상대방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고인이 되신 비의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이다. 빠른 시일 내 당사자와 만나 채무 사실관계 유무를 확인 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로닷과 도끼도 부모 사기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다.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과거 충북 제천 송학면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7년 5월 친척, 동네 이웃, 친구 등 지인 10여 명에게 20억 원대 돈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로 경찰에 피소됐다.

이 사건은 피의자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된 상태였으나 경찰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부모의 사기 혐의를 부인하던 마이크로닷은 연이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도끼 역시 어머니의 사기 논란에 관해 "법적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해명했다. 마이크로닷과 달리 회피 대신 정면 승부를 펼쳤으나 결과적으로는 좋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일 수 있는 1000만 원을 '한 달 밥값'으로 표현해 상대를 향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를 빗댄 '빚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빚투'란 연예인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한 이들이 채무 불이행 문제를 두고 폭로하며 나온 단어다. 연이어 터지는 '빚투' 속에 용기를 얻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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