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레스터 원정 2-0 완승…프리미어리그 3위 도약

6개월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터진 손흥민의 번개같은 왼발 감아차기 슛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재연됐다. 손흥민이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2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3호(시즌 5호)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8일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레스터시티 원정 경기에서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 전반 추가 시간 선제포를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간결하게 중앙으로 공을 돌려세운 뒤 왼발로 감아찼다. 공은 활처럼 휘면서 레스터 왼쪽 골문을 갈랐다. 상대 수비수 조니 에반스가 발을 뻗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흥민은 후반 13분엔 리그 두 번째 도움(시즌 3호)까지 올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문전으로 달려든 알리를 향해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알리가 몸을 던지며 머리를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1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친 손흥민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했다. 리그 12승(4패)째 승점 36을 기록하면서 첼시(승점 34)를 밀어내고 다시 3위로 올라섰다.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41)와 승점 차는 5다.

사흘 뒤 FC바르셀로나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원정을 앞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주포 해리 케인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벤치에 앉혔다. 대신 골 감각이 살아난 손흥민을 원톱 공격수로 내세우고, 2선에 해리 윙크스와 델레 알리, 루카스 모우라를 뒀다. 다만 손흥민의 활동반경은 예상보다 넓었다. 경기 내내 알리, 모우라와 위치 교환으로 중앙-측면을 오갔는데, 선발 멤버의 체력 안배에도 신경을 쓴 듯 보였다.

손흥민은 전술적 움직임에 충실했다. 최근 4경기 2골을 기록하는 등 정상 궤도에 들어선 것을 증명하듯 초반부터 가벼웠다. 물론 6경기 연속 무패 가도의 레스터도 만만치 않았다. 강한 압박으로 토트넘 문전 침투를 저지했다. 몇차례 손흥민과 알리가 원투 패스를 통해 기회 창출에 애썼지만 결정적인 기회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반 25분 알리의 침투패스에 이어 손흥민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전반 43분엔 손흥민의 전진 패스를 알리가 이어받아 문전을 파고들었지만 슛 순간 레스터 수비수 태클에 걸렸다. 그는 프리킥과 코너킥,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도 나섰다. 전반 29분 오른발로 감아 찬 코너킥을 얀 베르통헌이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문 위로 떴다. 전반 40분 페널티박스 정면 약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에선 손흥민이 직접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골문을 벗어났다. 그러나 '손흥민 존'은 배반하지 않았다. 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통렬한 왼발 선제골을 터뜨리며 '0의 균형'을 깼다. 벤치에 포체티노 감독이나 케인 모두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후반 레스터 추격 의지를 꺾은 것도 손흥민이다. 후반 3분 알리와 원투 패스 이후 또 한 번 왼발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한 그는 10분 뒤 기어코 알리의 헤딩 추가골을 돕는 크로스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골 차 리드를 잡은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8분 손흥민에게도 휴식을 줬다. 케인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극적인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토트넘으로서는 케인의 체력을 비축하고 손흥민의 감각을 이어가면서 원하는 흐름을 잡게 됐다.

레스터는 후반 초반 마크 브라이턴, 라시드 게잘을 투입한 데 이어 후반 34분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까지 총출동, 만회골 사냥에 나섰지만 토트넘은 흔들림이 없었다. 케인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전방 압박으로 레스터 반격을 막아내면서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레스터(영국) 이동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