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던 한국야구 천재들의 대격돌이 다가오고 있다.
일찌감치 KBO리그를 정복하고 빅리그서도 성공가도를 이어간 류현진(32, LA 다저스)과 강정호(3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만족스럽게 첫 실전을 치르며 2019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이르면 4월 말 다저스타디움에서 7년 만에 류현진과 강정호의 투타 맞대결이 펼쳐진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을 앞둔 만큼 철저히 준비했고 그 효과가 첫 실전무대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류현진은 24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벡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첫 타자 콜 칼훈을 상대로 직구가 다소 높게 제구되며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내리 세 타자를 돌려세웠다. 올시즌 파이프 피치로 진화를 다짐한 만큼 직구, 커브,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슬라이더를 골고루 구사하며 실전 감각과 체력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초구부터 커브를 구사하는 노련함을 발휘하면서도 마지막 타자 제럿 파커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포수 러셀 마틴의 주문에 따라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처리했다.
강정호는 더 강렬했다. 강정호는 같은 날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시범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첫 두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트레버 리차즈에 맞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고 두 번째 타석인 4회말에는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뛰었던 헥터 노에시에게 좌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대형 솔로포를 기록했다. 수비서도 안정감을 보이며 핫코너를 든든히 지킨 강정호는 5회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홈런 두 개 모두 특유의 타격센스를 앞세워 변화구를 공략해 만들었다. 경기 후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연타석 홈런을 친 것에 대해 "벤치 코치와 서로 바라보며 '완전히 미쳤다'고 했다. 첫 경기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강정호를 출장시키고 지켜볼 것"이라며 강정호가 개막에 앞서 완벽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할 것을 약속했다.
류현진과 강정호는 이날 경기 후 맞대결을 고대하며 서로의 활약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3년에는 류현진이, 2015년에는 강정호가 빅리그에 입성해 첫 해부터 맹활약을 펼쳤지만 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계 최고 무대에서 마주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로 거의 2년 동안 재활에 매진했고 강정호는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러 약 2년 동안 그라운드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둘의 최근 맞대결은 2012년 10월 4일이다. 당시 류현진은 한화 소속으로, 강정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에서 명승부를 벌였다. 류현진이 KBO리그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향해 전력투구했으나 강정호가 7회초 류현진에게 솔로포를 터뜨리며 류현진의 앞을 막았다. 결국 12회 연장 끝에 1-1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됐고 류현진은 10이닝 12탈삼진 1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다저스와 피츠버그는 오는 4월 27일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2019시즌 첫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29일까지 3연전을 치르는데 류현진과 강정호의 7년 만의 대격돌 또한 이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가 아직 주전 3루수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이변이 없는 한 좌투수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경기에선 선발 출장할 전망이다.
첫 3연전 이후 다저스와 피츠버그는 3차례 더 맞붙는다. 둘 다 올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비시즌을 보냈다. 류현진은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전담 트레이너로 고용했고 강정호는 겨울에도 귀국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했다. 류현진과 강정호는 한국야구 최초로 KBO리그에서 거액의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첫 시즌부터 소속팀의 중심으로 우뚝 선 투수와 야수다. 최상의 컨디션을 바라보는 류현진과 강정호가 2019시즌 놓칠 수 없는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