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2019시즌 초반은 그야말로 '태극낭자' 천하다.
올해 LPGA 투어 33개 대회 중 6개 대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벌써 태극낭자가 4승을 합작했다. 지난 2015년과 2017년 합작 최다승 기록(15승)을 경신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대회마다 새로운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어 태극낭자 바람은 쉽게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은희(1월·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양희영(2월·혼다 타일랜드), 박성현(3월·HSBC 월드 챔피언십), 고진영(3월·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등 30대 베테랑부터 한참 전성기를 향하는 20대 중반 선수까지 고르게 우승 대열에 합류하면서 골프 강국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초반 돌풍이 매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전문가는 휴식기가 짧아진 게 오히려 득이 됐다고 보고 있다.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 겸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감독은 "과거엔 11월에 시즌이 끝나면 2~3월 새 시즌 개막까지 겨울 휴식기가 꽤 길었다"며 "일부 선수들은 동계훈련에 충실하기도 하나 개인 편차가 있었다. 뒤늦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선수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겨울엔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베트남, 중국에서 대회가 지속했다. LPGA가 아시아 스윙을 론칭해 6개국을 거쳐가고 있다. 사실상 연중 대회로 바뀌면서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깨지지 않고 유지된 게 큰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말하면 시즌 막판까지 얼마나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하느냐가 기록 경신의 관건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심리적인 요인도 한몫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한 관계자는 "이정은이 데뷔 시즌에도 잘하는 것처럼 이젠 한국 선수들 자체가 국제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사실 KLPGA만 봐도 우승 경쟁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KLPGA 출신 선수들이 LPGA에서 통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한국에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면서 오랜 기간 LPGA에서 활동한 베테랑급 선수들도 동기부여를 갖게 되는 효과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클럽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장타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이버 샷에 능한 미국, 유럽 선수들의 장점이 크게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톱10'에 든 한국 선수는 박성현(5위·281.875야드)밖에 없다. 반면 그린 적중률에서는 미국의 넬리 코르다가 81.7%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이정은과 고진영이 각각 1.1%, 1.5% 뒤진 2위(80.6%)와 3위(80.2%)를 달리고 있다. 또 김세영(5위·79.2%), 지은희(9위·78.8%), 박성현(10위·78.7%)까지 한국 선수가 5명이나 '톱10'에 포함돼 있다. 한국선수들이 그만큼 경기 몰입도가 강하고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높다는 얘기다.
LPGA 태극낭자의 기세는 28일부터 나흘간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리는 KIA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으로 이어진다.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최근 2년 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해 시즌 5승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시즌 태극낭자 첫 승을 신고한 지은희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다. 또 2017년 우승자인 이미림을 비롯해 고진영, 박성현, 양희영 등도 시즌 2승째에 도전한다. KLPGA 투어의 오지현도 지난해 기아자동차 제32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