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땐 ‘엄친아’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던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26)이 무대가 아닌 포토라인에 섰다. ‘음란물 유포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난 그에게서 더이상 ‘엄친아’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로이킴은 데뷔부터 화려했다. 지난 2012년 Mnet ‘슈퍼스타K’ 시즌4에 출연하며 정준영과 함께 ‘먼지가 되어’를 불러 많은 화제를 모았고. 우승까지 거며 쥐며 화려한 스타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당시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과 국내 유명 막걸리 제조업체 대표의 아들이라고 알려져 ‘엄친아’, ‘금수저 연예인’ 등의 타이틀을 얻으며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이후에도 훈훈한 외모에 감성적인 목소리로 가요계뿐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2013년 데뷔곡인 ‘봄봄봄’은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스테디 곡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봄에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명보단 취재진의 눈을 피하기 위한 기습 귀국부터 대상을 알 수 없는 진정성 없는 사과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학업 등의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던 로이킴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새벽 4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초 이날 오후 워싱턴에서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뉴욕으로 이동, 취재진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조용히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로이킴은 첫 번째 해명의 기회를 놓쳤다.

입국 과정처럼 10일 경찰 출석 일정 역시 정확히 밝히지 않은 로이킴은 결국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 2시 50분경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논란 이후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선 그는 “팬,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는 있었지만 자신의 혐의와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음란물 유포가 불법인 사실을 몰랐는지, 카톡방에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를 사용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 “피해를 받은 여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며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시 준비해온 반성문을 읽던 정준영의 모습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로이킴은 현재 음란물 유포 혐의로만 입건됐지만 향후 마약 혐의로 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단체 대화방에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인 ‘고기’와 ‘캔디’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 또 경찰은 로이킴이 단순히 음란물을 유포 했는지, 불법 촬영에도 가담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은 혐의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단정할 순 없다. 그럼에도 사건 발생 후 소극적인 입장 표명과 기습 입국, 형식적인 사과까지. ‘정준영 단톡방’ 멤버임이 밝혀진 지 1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쉬움만 더하는 행보로 지켜보는 팬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해명 혹은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를 조금 더 활용했다면, 그의 말대로 로이킴을 ‘응원하고 아꼈던’ 팬, 가족, 그리고 국민들의 실망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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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