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달 우승자 1명씩 배출

LPGA 투어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앞두고 태극낭자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행크 헤이니(64)는 '핫식스' 이정은(23)이 우승한 뒤 SNS에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뉘앙스로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2일 트위터에 '한국 선수가 US오픈 리더보드 상위권에 오르리라는 내 예상은 통계와 사실에 기초한 것이었다'며 '한국 여자 선수들은 LPGA 투어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게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고 해도 같은 답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신중한 단어를 쓰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헤이니는 PGA 투어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올해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가 우승할 것"이라면서 "이름을 밝힐 필요가 있다면 이(Lee)씨 성을 갖고 있다. 이름은 말할 수 없다. LPGA 투어에 같은 이름 선수가 많지 않느냐"며 동명이인이 즐비한 한국 선수를 언급했다. 여기에 함께 방송한 스티브 존슨이 "이 1호, 2호, 3호가 있다. 몇 주전 리더보드엔 6호가 있었다"면서 맞장구쳤는데 이정은을 겨냥한 말로 풀이됐다.
미셸 위가 헤이니의 말에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웃을 일이 아니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여러 선수가 동조하면서 헤이니는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헤이니 논란은 올 시즌 LPGA 투어 '태극낭자 천하'에 대한 시샘 어린 조롱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또다시 태극낭자가 US여자오픈 주인공이 됐다. 태극낭자들은 올 시즌 현재까지 마친 LPGA 투어 13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했다. 지은희(33)가 지난 1월 개막전으로 열린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첫 승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다. 2월 양희영(30)이 혼다 LPGA 타일랜드를 제패했고 3월엔 박성현(26)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을, 고진영(24)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을 각각 접수했다. 지난 4월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고진영이 2승째를 따내면서 웃었다. 그리고 5월 김세영(26)이 메디힐 챔피언십을 통해 10개월 만에 승수쌓기에 성공했다. 마침내 우승 바통을 LPGA 특급루키로 불리는 1996년생 이정은이 US여자오픈에서 이어받았다. 올 시즌 두 차례 메이저 대회 모두 태극낭자가 휩쓴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세운 한 시즌 최다승은 지난 2015년과 2017년의 15승이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7승을 달성했기 때문에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2015년만 보면 15승 중 박인비가 5승, 김세영이 3승을 하는 등 특정 선수가 우승을 독식했다. 올 시즌엔 7승 중 다승자는 고진영뿐이다. 우승권에 가까운 선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여서 기록 경신이 더욱 기대된다.
더구나 내년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국제골프연맹(IGF)는 국가당 2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주지만 15위 이내 선수들에 한해서는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최소 15위에 진입하려는 태극낭자간의 선의의 경쟁이 기록 경신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