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본색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능력에 따라 에이스와 평범한 투수는 선명하게 구분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지난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7회 유격수 코리 시거의 악송구로 1사 1, 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7회를 마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수비실책이었다. 흔들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마이크를 잡은 김병현의 표현처럼 류현진은 포커페이스로 다음타자를 병살처리하며 이닝을 책임졌다.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이 상황에 대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실책이 많은 경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수들이 흔들려 실점을 하는데 류현진은 땅볼을 유도하면서 상처를 받지 않았다. 볼의 완급조절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 탁월했다"고 했다. 류현진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칭찬한 것. 한마디로 에이스 본색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7이닝 3안타 2삼진 무볼넷 무실점으로 다저스의 9-0 완승을 이끌었다. 방어율을 1.35까지 내렸고 시즌 9승에 성공했다. 올스타전 선발 등판과 사이영상, 그리고 내셔널 리그 MVP후보 자격도 갖췄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류현진의 고공행진이 계속 기대되는 이유는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쌓여가는 '경험'에 있다. 경험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것. 특히 류현진의 경우, 성공체험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력분석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을 던지는 동안 외야로 보낸 타구가 마테이의 2루타와 외야 플라이 등 5개에 불과했다.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했다. 뉴욕 메츠전에서는 커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면, 애리조나 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공략법을 바꿔 승리를 수확한 것.
여기에 하나 더. 류현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겸손'을 보였다. 그는 "매우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 같다"라는 현지 기자의 반응에 "야구는 늘 어렵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우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