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시즌 신인왕 후보가 탄생하고 빠르게 핵심전력으로 올라선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해도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신예가 승리를 이끄는 대포를 쏘아 올린다. LA 다저스가 마르지 않는 팜을 앞세워 7연속 시즌 지구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다저스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홈 3연전을 신인 3인방의 끝내기 홈런으로 가져갔다. 21일에는 내야수 맷 비티, 22일에는 외야수 알렉스 버듀고, 23일에는 포수 윌 스미스가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터뜨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13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처음있는 신인의 3연속 끝내기 홈런이 나왔다. 다저스는 23일 현재 시즌 전적 54승 25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이고, 내셔널 리그 서부지구에서는 2위 콜로라도 로키스를 13경기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도 강하지만 유망주를 빅리그 무대에 올려 플러스 전력으로 삼는 신예육성이야 말로 다저스 저력의 핵심이다.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간 결과로 볼 수 있다. 다저스는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부터 과감하고 획기적인 시스템을 앞세웠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을 배출했고 현재 스프링캠프 훈련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을 구축한 구단도 다저스다. 이 모든 것이 1943년부터 1950년까지 다저스 단장을 맡은 브랜치 리키의 아이디어를 통해 실현됐다. 리키 단장은 다저스 이전에 지휘봉을 잡았던 세인트루이스에선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리키 단장은 세인트루이스 구단 명예의 전당 멤버로도 헌액됐다.
다저스는 현재도 리키 단장의 발자취를 이어가듯 육성 시스템을 향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30구단 중 최초로 도미니카에 복수의 유스 아카데미를 건설했다. 다른 팀이 하나의 유스 아카데미만 운영할 때 다저스는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중남미 10대 유망주 보유 숫자부터 타구단보다 우위를 점했다. 국제 유망주 계약도 적극적이다. 중남미 유망주 뿐이 아닌 예전부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를 비롯한 수많은 아시아 선수들을 영입했다. 현재 류현진과 마에다 켄타는 투수진 핵심전력이다.
선수 수급의 기본이 되는 드래프트와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통한 육성 역시 특급이다. 2015년 부임한 앤드류 프리먼 야구 부문 사장과 올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사장으로 이적한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최신식 육성 시스템을 완성했다. 그 결과 다저스는 주축선수 대부분이 이적없이 다저스 한 구단에서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신인왕 코리 시거와 2017년 신인왕 코디 벨린저는 물론, 작 피더슨, 켄리 젠슨, 클레이턴 커쇼 모두 프로 입단 후 다저스 유니폼만 입었다. 다저스 선발진의 현재이자 미래인 워커 뷸러와 올 시즌 빅리그에 오른 비티와 카일 갈릭은 2015 드래프트 당시 자이디 단장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에 지명된 스미스도 자이디 단장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면서 다저스 최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는 자존심을 굽히고 자이디 단장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매년 겨울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선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다. 하지만 구단의 역량을 강화하는 진정한 지름길은 FA 영입이 아닌 육성 시스템 구축이다. 다른 구단들도 이를 알고 수준급 팜 디렉터를 영입하고 최신식 시설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다저스가 기복없이 꾸준히 성적을 내는 이유 또한 보이지 않은 곳에서 과감하게 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도미니카에 있는 만 15세 선수부터 LA에 있는 빅리거까지 하나의 줄기를 이루며 기량을 갈고 닦는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