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생충’이 연일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낭보를 전하며 ‘한국 최초’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칸 영화제부터 골든글로브 시상식까지 수상의 연속이었던 ‘기생충’은 영화에 있어 가장 기념비적인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수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품의 세계적인 돌풍과 함께 출연 배우들 역시 탄탄대로 행보를 걷고 있다. ‘기생충’의 배우들은 각양각색 매력과 연기 호흡을 펼치며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함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이에 미국 배우 조합상(SAG) 캐스팅 앙상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출연한 주요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가장 큰 영예에 해당하는 상이기도 하다.

먼저 ‘기생충’의 얼굴인 송강호는 국민 배우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LA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선균과 조여정도 새로운 전성기를 쓰고 있다. 영화 속 박사장 부부 역할을 맡으며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한 두 사람은 최근 안방을 무대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선균은 현재 JTBC 월화극 ‘검사내전’의 주연을 맡아 신선한 검사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으며, 조여정은 KBS2 수목극 ‘99억의 여자’의 타이틀롤을 맡아 ‘기생충’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자신의 색으로 연기해 호평을 받고 있다.

‘충무로 프린스’로 거듭난 최우식도 ‘기생충’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오는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을 통해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등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와 ‘원더랜드’(김태용 감독) 등에 출연하며 차기작 라인업까지 이미 꽉 찼다. 직접 부른 ‘기생충’ OST ‘소주 한 잔’도 예상치 못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예비 후보로 들기도 했다.

‘신 스틸러’들도 풍성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내실이 단단한 연기를 펼쳤던 이들이 ‘기생충’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 이정은은 지난해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또 한번의 인생작을 추가했다. 오는 3월 방송 예정인 KBS2 새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주연을 맡아 천호진과 함께 부부 호흡을 맞춘다.

지하실 거주자 근세 역의 박명훈도 영화 ‘휴가’(육상효 감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 ‘경관의 피’ 등 기대작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충무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택(송강호 분)의 아내 충숙 역할로 얼굴을 알린 장혜진도 방송 중인 tvN 토일극 ‘사랑의 불시착’, JTBC 드라마 페스타 ‘루왁인간’ 등에 출연하며 안방까지 접수했다.

이들 가운데 기정 역 박소담의 활약은 조금 아쉽다. 박소담은 ‘기생충’에서 기정 역할을 맡아 가족들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진가를 다시금 알렸다. 영화에서 짧게 불렀던 ‘제시카 송’은 북미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작품도 워낙 잘 됐고, 박소담도 제 몫을 톡톡히 했지만, 연기 변신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조여정에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다른 배우들에 비해 탄력을 받지 못한 차기작 소식이 아쉬움을 더했다. tvN 새 월화극 ‘청춘기록: 기억하고 함께해줘’의 출연을 제안 받고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기생충’ 이후 작품을 통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산촌편’에 출연하며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정 매력을 선보였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타 시리즈에 비해 시청률이나 화제성도 저조했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염정아, 정우성과의 동반 출연도 그의 예능에 있어 큰 힘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박소담은 지난 2013년 단편영화 ‘더도 말고 덜도 말고’로 데뷔했으며, 이후 단역과 조연을 거친 뒤 2015년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에서 신들린 듯한 빙의 연기를 펼쳐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행보도 주목됐다. 그러나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KBS2 ‘뷰티풀 마인드’,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시청률, 화제성에 있어 씁쓸한 실패를 맛보며 박소담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활동 초반 성공적인 평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기에 이를 넘는 것은 박소담에게도 쉽지 않았을 터.

‘기생충’으로 다시 명성을 회복한 박소담이었지만 주춤하고 있는 이후의 행보는 ‘박소담’만의 이름으로 홀로 서기 쉽지 않은 입지와 그 한계를 드러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개성 있는 비주얼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 다운 연기력의 소유자 박소담이다. ‘기생충’이라는 기회를 만났지만 2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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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