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김서형에게 ‘마인’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걸크러시 재벌가 첫째 며느리 뿐 아니라 성소수자 연기까지 해내며 한층 더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김서형은 최근 종영한 tvN ‘마인’에서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이자 재벌가 집안 딸 정서현으로 열연했다. 극중 둘째 며느리인 이보영(서희수 역)과의 연대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김정화(최수지)와는 성소수자 연인으로도 애절한 케미를 그려냈다.

김서형은 “성소수자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예전부터 해보고 싶다고 했었다”며 “나는 이 드라마를 멜로라고 생각했고 멜로여서 좋았다. 그 뿐 아니라 ‘마인’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두 여자의 이야기면서도 모든 캐릭터들의 인간 본연의 모습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내 전에 다른 분이 셋팅되어 있었고 나로 바뀌면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됐다. 백미경 작가님이 ‘잘할거잖아요. 믿어요’라고 하셨는데 어려운 숙제를 해야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그래도 작가님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도 녹여주시고 더욱 정서현의 역할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거 같다”고 만족했다.

마인은 최고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그러나 정작 김서형은 이 같은 반응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나온 작품 모니터링을 거의 안한다. 어느 순간부터 느낀건 촬영장에서 서로 믿고 하다 보니까 그 다음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는 한발짝 떨어져서 보려고 하는 마음도 있다. 객관화 시키려고 거의 안봤던 것 같다. (JTBC)‘SKY캐슬’도 거의 안봤다. 식당에서 우연히 보게 됐는데 나도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내가 연기했지만 현실과 갭이 클 때가 많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동안 걸크러시 캐릭터를 중심으로 열연을 펼쳐온 김서형이지만, 본인의 말대로 현실과 작품 속 온도차는 꽤나 컸다. 스마트폰 뒷면에 귀여운 반려견 스티커가 붙어있는가하면, 반려견 이야기를 할때면 눈이 반짝이기도 한다. 김서형은 “이번 작품에서도 모성애의 부분이 필요했는데 난 결혼을 하지도, 아이가 있지도 않지만 반려견이 내게는 친구이자 가족이기에 연기할때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또 연인 연기를 할때 김정화 배우나 아들 역할의 차학연 배우도 몰입을 도와줬다. 정말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연기 경험도 20년이 넘었다. 김서형은 어느덧 현장에서도 선배라인에 속한다. 그는 “20년 넘게 한번에 오지 않고 차근차근 오다 보니까 많은 경험이 쌓였다. 공평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날 때도 있지만 내 욕심만 부려선 안되는 작업이란걸 잘 안다. 후배를 대할 때도 웬만하면 동료라고 생각한다. 선배라고 해서 조언을 많이 한다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이자 인간 김서형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김서형이 멋있다기 보다는 멋지게 그려주신 배역을 소화해서 좋게 봐주신거 같다”며 “그래도 내 성격은 멋있다고 생각한다(웃음). 김서형은 공감능력이 있다. 그래서 정서현이란 역할과 시너지가 더 난거 같다. 연기 장인이고 싶다. 앞으로도 책임감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상경해서 이곳으로 오기까지 내 스스로에 대한 관리이자 책임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하려는 초심은 스스로에게 진짜 많이 묻는다. ‘마인’이라는 작품을 만나고서 이 질문은 더욱 짙어졌고 초심을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서형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김서형은 “사실 가장 해보고 싶은건 ‘러브레터’ 같은 멜로다. 그동안은 감사하게도 멋진 역할들을 많이 만났는데 사실 다양하게 다 하고 싶다. 액션, 멜로, 코미디까지 너무 다양하다. 하나로 딱 정해놓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사진 | 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