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기적(이장훈 감독)’과 ‘보이스(김선, 김곡 감독)’가 추석 시즌 영화관을 풍성하게 채울 전망이다.

추석 극장가 역시 흥행의 격전지로 꼽힌다. 명절인만큼 가족단위 관객들이 증가하며 영화관에도 활력을 더한다. 물론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과거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극장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때문에 이번 추석 시즌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신작들도 개봉했다. ‘기적’과 ‘보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출연진은 물론, 장르도 결도 모두 다른 매력의 두 작품이기에 취향대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개봉 첫날인 15일은 ‘보이스’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추석시즌 진검승부의 승자는 누가될지 흥미롭다. 실제 절친한 사이인 박정민과 변요한도 추석 극장가 라이벌로 맞붙게 됐다.

◇“웃다 보니 눈물이” 가족의 따뜻함·감동 담긴 ‘기적’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6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연기된 끝에 초가을에 선보이게 됐다. 하지만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서사와 극중 계절감 등이 오히려 이번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쾌하다. 극중 박정민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누군가는 극중 박정민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에서 꿈과 희망을 찾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과의 갈등과 해소에 공감한다. ‘마라맛’ 콘텐츠의 홍수 속에 ‘기적’은 다소 심심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착한 영화의 힘을 드러냈다. 방심하고 웃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영화다. 크게 취향을 타지 않는 내용이다보니 남녀노소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도 특히 추석 극장가에서는 유리한 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성민, 박정민, 임윤아, 이수경까지 내로라 하는 배우들도 1980년대 감성에 푹 빠져 들었다. 실제 그시대 사람들을 보는 듯한 메소드 연기로 몰입감을 더한다.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기적’이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이스피싱은 현재진행형” 통쾌한 피싱백신영화 ‘보이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이다. 현재진행형 범죄인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했고, 피해자가 본거지에 침투한다는 판타지가 가미돼 통쾌함을 선사한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보는 이들에게는 대리만족감을 선사한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변요한과 광기 어린 빌런 김무열의 대립도 흥미롭다.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생존 액션도 주요 볼거리다. 걸출한 두 배우 뿐 아니라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조재윤 등 신스틸러 배우들의 활약상도 대단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현지 로케이션은 불가능 했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완성본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보이스’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물론 다소 예측가능한 서사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소재의 신선함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다. 또 시즌2를 염두하는 듯한 확장성으로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보이스’가 추석시즌에도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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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