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재미는 있지만 짬뽕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게다가 시대도 빗나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지난 17일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하루만인 18일 넷플릭스 전세계 시청자수 4위를 기록했으며 사흘이 지난 20일, 국내 톱10 콘텐츠 1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공개 전부터 ‘한국형 데드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열띤 홍보를 해왔다. 하지만 막상 공개한 결과, 유명한 데드 게임 영화들을 떠오르게 하는 연출과 설정의 향연으로 ‘오징어 짬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징어 게임’은 거액의 빚이나 삶에 희망이 없는 참가자들이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는 생존 서바이벌 게임이다.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 달고나 모양 만들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린시절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 쯤 해봤을 법한 친숙한 게임으로 구성됐다. 심성은 착하지만 도박 중독에 걸려 가정을 잃은 기훈(이정재 분)과 서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승승장구 했지만 선물 투자로 거액의 빚을 안고 나락으로 떨어진 상우(박해수 분)가 생존 서바이벌 ‘오징어 게임’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한산성’,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위하준, 허성태 등이 출연해 큰 기대를 모았다.

‘오징어 게임’은 유명 장르 영화들을 떠오르게 한 연출과 설정이 잦았다. 첫 시작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또 VIP들이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게임을 관람하는 것은 영화 ‘헝거게임’이, 게임 관리자들의 붉은 의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이, 도박 중독에 걸린 기훈은 일본 유명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떠오르게 했다. 그 외에도 ‘배틀 로얄’, ‘아리스 인 더 보더랜드’ 등 비슷한 서바이벌 장르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 설정을 차용하며 여러가지 데드 게임을 섞어놓은 결과물로 ‘오징어 게임’ 만의 개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15일 ‘오징어 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은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이라면서 “2009년 대본을 완성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낯설고 어렵고 생경해서 투자도 안 되고 캐스팅도 안 됐다. 1년 정도 준비하다가 다시 서랍 속에 넣어놨다”고 제작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또 2008년 완성된 대본이여서 그런지‘오징어 게임’에서 여성, 외국인, 노인을 표현하는 방식도 시대착오적이었다. 시체를 성폭행했다는 불필요한 대사나 ‘오빠’를 남발하는 민폐 캐릭터, 힘이 약하기 때문에 팀을 구하기 어려운 여성과 노인 등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반전이 없었다. VIP들이 모인 방에서 바디페인팅을 하고 가구로 쓰여지는 여성 등 혐오적인 표현도 만연했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도 한국말이 낯설고 어수룩함으로 항상 사기를 당하는, 2000년대 “사장님 나빠요” 블랑카로 구현하며 과거의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개연성 없는 동성애는 오히려 거부감만 들 뿐이다. 탈북민 새벽(정호연 분)과 지영(이유미 분)이 구슬치기를 하는 도중에 서로를 향한 감정이 싹트는 장면 등으로 동성애 코드도 포함했다.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채 갑작스럽게 등장한 새벽과 지영의 서사는 동성애가 하나의 코드로 잘 쓰이니 일단 넣고보자는 식의, ‘오징어 게임’에서 만연한 클리셰 중 하나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은 호불호가 갈리는 감상평에도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 톱10 콘텐츠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는 3위에 안착했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소재와 이정재, 박해수, 이병헌 등 배우들의 열연, 지루하지 않은 전개 등으로 재미는 보장한 셈이다.

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