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대에서 시작해서 무대에서 죽을 사람입니다.”

“무대인은 무대만 생각하며 살아야지 옆길 돌아보면 무대는 소홀해지기 마련. 웃음 아낄 게 뭐 있어요. 죽는 그날까지 무대에서 사람들과 웃고 싶어요.”라는 말을 남긴 국내 최고령 MC(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송해가 8일(오늘) 별세했다. 향년 95세.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한 이래 67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숱한 위로의 말을 남겼다 .

◇“사람이 살아가는데 ‘절망’이란 것은 필요없어.” - MBN ‘송해야 고향가자’(2019년 09월 방송)

지난 2019년 방송한 MBN ‘송해야 고향가자’에서 고인은 고향과 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했다. 방송은 고인이 실향민으로 고향을 떠나야했던 젊은 시절부터 1986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아들 故송창진이 세상을 떠났던 사연을 재조명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이번 생은 ‘땡’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도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 -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2022.01월 방송)

고인은 태진아, 영탁, 이찬원, 정동원 등 후배 가수들이 자신의 인생을 트로트 뮤지컬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든 이들에게 지금의 ‘땡’은 ‘딩동댕’의 정의를 알기 위한 것이라며 잔잔한 위로를 건넸다.

이밖에도 “희극을 하려면 정극을 알아야 해요. 비극도 알아야 하고.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기쁨을 알겠어요. 바닥부터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할 텐데 다들 너무 급해요. 하루아침에 이루려 하고, 번쩍하면 스타가 되는 것으로 착각해요. 그 계산서가 나중에 다 온다는 걸 모르고 말이에요” , “돼보면 기쁘나, 돼려면 어려운 것”, “자기의 직분을 천직으로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등의 주옥같은 말을 남겼다.

한편, 故 송해는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아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의 방송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병환으로 입원하는 등 병색이 짙었다. 코로나19 기간 스튜디오 녹화를 이어오던 ‘전국노래자랑’이 2년 만인 지난 4일 야외 녹화를 진행했으나 참석하지 못했다.

고인 지난달 말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 부문 기네스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이에 그는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 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덕분”이라고 등재 소감을 밝힌 것이 마지막 공식석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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