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가운데, SM 신주·전환사채(CB) 발행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심문 결과가 하이브의 SM 경영권 인수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의 대금을 납부하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하이브의 SM 지분 취득 예정일은 당초 다음 달 6일이었으나, 이보다 12일 앞당겨 대금을 치르고 거래를 최종 매듭지었다.

그러나 하이브가 SM의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는데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선 약 3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3월 초로 예상되는 가처분소송 결과가 인수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조계는 2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심문에서 SM 이사회가 신주·전환사채 발행 근거로 제시한 경영상 목적이 인정될지, 아니면 이 전 총괄과 SM 이사회 간 갈등이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판단될지 등에 가처분 인용 여부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이 전 총괄 측 안상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해당 사건은 경영권 분쟁인 상황이 명확하다며 “현 경영진이 외부의 세력과 연합해서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상법을 위반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군다나 (SM 이사회 측에서) 오늘 제출한 카카오와의 사업제휴 협력 계약서 내용에도 카카오의 이사진 선임이 명시되어 있다. 경영 참여가 아니면 뭐겠느냐. 전략적 제휴라고 볼 수 있는 상황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SM 이사회 측 정다주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며, 가처분 제도를 남용한 신청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건전한 경영 판단으로 회사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려고 하는데 그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저지하고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SM 측에서는 이 전 총괄 개인의 흠을 잡는게 아니다. 이 사건의 쟁점 자체가 1인 프로듀싱 시스템의 그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개인의 문제로 오인될 수 있는데, SM은 시스템의 개선 문제로 보고 신주발행을 한 것이다. 오히려 상대 측에서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 범위를 축소 시켜서 가처분 신청을 저지하려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SM 인수 목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그 점을 여기서 확인해드릴 수 없다. SM은 순수하게 사업 목적에서 신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신주 발행이 취소돼, 카카오의 SM 인수 가능성은 낮아진다. 카카오가 SM 인수전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선 판례를 참고하면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인용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을 들어 기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증자 목적이 ‘전략적 제휴’가 아닌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카카오가 취득하려는 9%의 지분이 SM의 경영권을 뒤흔들 만한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카카오는 신주 취득 당시 경영권 인수 의향이 없었다고 공표해왔기 때문에 증자 목적을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이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찌감치 주당 12만원에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섰다. 이 전 총괄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는 12만원 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들이 카카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카카오는 4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 원대 자금을 조달한 만큼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카카오는 SM 인수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시장 경쟁 제한, 시장 지배력 남용 우려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로 격화되어 가고 있는 SM 인수전은 앞으로 일주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에는 SM이 해외산업 전략과 투자 전략에 대해 밝힐 예정이고, 다음달 2일엔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신청한다. 이성수 SM 대표의 ‘추가 유튜브 폭로’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반면 하이브는 공개매수 신청 마감일까지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며 소액주주를 향한 비전 제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분기점을 앞두고 소액 주주 마음 잡기 경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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