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뛰어!”

그의 구령에는 대중을 일으켜 세우는 신기한 힘이 있다. 눈부신 외모를 지닌 것도, 빨래판 복근도 없지만 그의 노래만큼은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가 다 흥겨워하며 따라 부른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2위에 올랐던 가수 싸이(45·본명 박재상)의 이야기다.

싸이는 지난해 발표한 정규 9집 ‘싸다9’의 타이틀곡 ‘댓댓’으로 빌보드 ‘핫100’차트 80위를 차지하며 7년 만에 차트인에 성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의 공연브랜드 ‘흠뻑쇼’와 ‘올나잇스탠드’는 구름 떼같은 관객을 몰고 다니며 매진사례를 빚었다.

무엇보다 2022년은 ‘강남스타일’로 ‘강제 세계진출’한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는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 달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32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과 월드베스트아티스트상 등 2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자신의 소속사 피네이션에서 직접 양성하는 보이그룹 TNX가 신인상까지 받은 터라 의미를 더했다.

“내 나이와 연차에 비해 아직도 제 쓸모와 쓰임이 있다는 게 기뻤다. 시상식에서 상도 받고 공연도 할 수 있다니, 아직 젊다는 의미 아닌가.(웃음) TNX도 스케줄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든시기에 상을 받게 돼 기쁨이 2배였다. 신인상은 단 한번밖에 받지 못하지 않나. 저 친구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서게 되다니 오묘하고 뿌듯하다.”
 

◇4세대 아이돌과 함께한 서가대, 세대통합 아이콘
서울가요대상 무대에 선 건 13년만이다. 2010년 제 19회 하이원서울가요대상에서 신설한 공연문화상의 첫 주인공이 됐다. 이후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2013년 제 22회 하이원서울가요대상에서 영예의 대상과 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당시 해외 체류 중인 관계로 아쉽게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13년만에 서울가요대상 무대에 왔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내 나이가 좀 더 많아지고 후배들이 어려진 정도(?). 하하, 내가 처음 가요계 데뷔했을 때는 지오디와 신화가 당대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었다. 이후 빅뱅, 슈퍼주니어가 그 뒤를 이었다. 또 BTS와 엑소와도 시상식 한 무대에 서곤 했다. 이번 서울가요대상에서도 4세대 아이돌 후배들과 함께 ‘댓댓’을 불렀다. 가요계 1세대부터 4세대 아이돌과 함께 시상식에 섰다니 오랫동안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싸이가 서울가요대상 무대에서 ‘댓댓’을 부를 때는 원조 K팝 스타 보아부터 2세대 아이돌 스타 카라와 소녀시대, 그리고 4세대 아이돌인 아이브, TNX가 함께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야말로 가요계 세대통합을 이룬 셈이다.
◇K팝 세계화에 보탬 돼 뿌듯, 韓시장에서 박수받아야 세계 진출 조언

싸이는 변방의 비주류 음악으로 취급받던 K팝의 세계화를 개척한 1등 공신이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 7주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뉴미디어상’을, 이듬해 5월에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스트리밍 송(비디오) 상’을 받기도 했다. 싸이가 있기에 방탄소년단이라는 월드스타가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내가 개척했다니, 쑥스럽다. 다만 다소라도 보탬이 된 건 ‘젠틀맨’ 때부터 빌보드 순위에 유튜브 조회수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강남스타일’로 인해 K팝의 유튜브 조회수가 높은 점을 빌보드 차트가 발견했다는 점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역할을 한 것 같다.”

그는 K팝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한국시장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치열하고 치밀하다. 특별한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한국시장에서 박수받기 위해 노력한다면 덩달아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받게 될 것이다.”

싸이의 2023년은 가수와 제작자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TNX를 비롯, 크러쉬헤이즈 등 소속가수들을 위해 뒷바라지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가수로 활동했으니 올해는 TNX의 조력자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 외에도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니 매니저 역할을 할 예정이다. 물론 여름과 겨울 콘서트도 계속된다. 다 함께 즐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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