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메시아·추후 과제"

“한국에 사이비 종교가 왜 이렇게 많을까?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연출한 조성현PD는 30 여 년에 걸쳐 지상파 TV PD저널리즘이 문제점을 제기한 사이비 종교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일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정명석), 오대양(박순자), 아가동산(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이재록) 등 1980년대부터 2023년 현재까지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굵직굵직한 사이비 종교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물이다. ‘나는 신이다’는 공개 직후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사회 고위층 인사들, 연예인들, PD 등 사회 곳곳 JMS 신도 색출작업이 이어졌다. 작품의 지나친 선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성현PD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지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촬영 기간 일부 종교 단체 신도들의 협박과 미행 등을 당했던 만큼 이날 기자간담회는 삼엄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선정성 논란? JMS “‘AI조작’이나 ‘몸 파는 여자들’이라 교육”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JMS 내에서 이뤄진 성폭력 사건을 다루며 피해자들의 나체 동영상과 녹취 등을 반복해서 보여주거나 들려준 점이다. 일각에서는 성범죄를 지나치게 세세하게 표현한 점은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PD는 “‘나는 신이다’는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당했던 피해와 사실이다”라고 전제하며 “많은 시청자들이 불편해했던 녹취록과 나체 영상의 경우 JMS 내에서 ‘AI로 조작했다’, ‘몸 파는 여자들이다’라고 교육했다. 해당 동영상 속 신도들에게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교육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체 동영상이 선정적이라고 하는데 끔찍하고 추악하다. 정명석은 그 영상을 선정적이라 느끼겠지만 일반적인 감성의 성인남녀는 참담함을 느낄 것이다”라며 “있는 사실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며 그들은 또다른 방어를 해나갈 것이다. 초반 넷플릭스도 우려를 표했지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조PD는 피해자의 성폭력 장면을 재연하는 방식이나 다큐멘터리가 저널리즘의 영역을 벗어 지나치게 해당 종교를 심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림(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며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도 다큐멘터리다. 우리 프로그램은 중간 지점”이라고 답했다

◇왜 한국 사회에는 자칭 ‘메시아’가 많을까?

조PD는 한국사회에 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들었다.

조PD는 “미국판 JMS 사건의 경우 종신형에 20년형을 얹어 선고받았다. 정명석은 수많은 여성에게 몹쓸짓을 했는데도 고작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전자발찌를 찬 채 출소했지만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을 농락하며 피해자를 양산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안전한 나라가 된 셈이다. 조PD는 “우리 사회가 종교에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한게 아닌가 싶다”며 “종교의 자유란 이름으로 ‘사이비 종교’를 방관해야 하는데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가동산 가처분 신청 제기할 듯·피해자 트라우마·제작진 신변위협 등 추후 과제는?

조PD는 방송 공개 후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자신의 가족을 꼽았다. 늦둥이 자녀가 있다는 조PD는 “시즌2를 한다 하니 아내가 아이들과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며 신변위협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PD는 이같은 우려의 배경으로 “JMS 편에 출연한 메이플의 경우 40일을 기다렸다. 국내 입국 후 신도들이 메이플의 숙소 앞에 진을 치기도 했다. 가장 힘든 건 증언하기로 한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갑자기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다. 그럴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MBC 내부에도 JMS신도가 있다고 들었다. 촬영과정에서 우리 측 정보가 계속 유출되면서 우리 팀 사람들은 물론 넷플릭스 측도 엄청 의심했다”며 “다만 JMS 신도들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았다면 그분들을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은 자제해야 한다. 잘못은 교주와 종교의 리더들이 저지른 것이다“라며 ”그 지점을 혼동하면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 방송에서 얼굴을 공개해 증언한 피해자들에 대한 격려도 당부했다. 조PD는 “굴 공개해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고, 그들의 용기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라며 ”그들은 다시는 나같은, 그리고 자식을 잃는 엄마가 안생기길 바라고 있다. 존경받아야 하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PD는 방송에서 언급한 ‘아가동산’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조만간 제기될 것 같다며 “혹시 방송이 내려갈 수 있으니 힘들어도 꼭 봐주시기 바란다. 수많은 역겨운 장면들이 있지만 보고나면 이해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보겠다고 생각하면 가급적이면 더 견디고 봐주면 좋겠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울러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가족들이 힘들어하지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상황이라 공부를 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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