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의 행정력은 퇴보하고 있다.
KFA는 20일 6월 A매치 2연전을 이끌 사령탑으로 김도훈 임시 감독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대표팀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일정으로 6일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 11일 중국과 홈 경기를 치른다. 김 감독은 임시 사령탑으로 두 경기를 이끈다.
협회는 5월 내 선임을 목표로 사령탑 영입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사실상 '올인'했던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을 캐나다에 빼앗겼고, 이후 접촉한 후보와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선임 연기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5월 내 선임을 위해 어설픈 인물을 데려왔다가는 '제2의 슈틸리케, 혹은 클린스만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신중하게 선임 시기를 미루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나을 수 있다.
다만 사령탑 장기 공백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월 아시안컵 참패 이후 경질됐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지난 3월에는 황선홍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세워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치렀다. 이 정도로 장기간 공백이 발생하는데 협회는 임시 체제로 고비만 넘기고 있다.
5월 내 선임 과정에서도 협회의 어설프고 속도감 떨어지는 협상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금전 조건을 처음부터 제대로 논의하지 않아 마쉬 감독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캐나다로 떠났다. 
심지어 협회는 지난 12일 "협상이 종결된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캐나다에서 하루 만에 마쉬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알았는데도 언론에 그렇게 말했다면 무책임, 기만이고, 몰랐다면 무능력이다.
김 감독 선임을 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임시 사령탑이라면 김 감독은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프로 경력이 풍부하고, 현재 소속이 없어 논란의 프로 감독 차출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문제는 김 감독이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 후보였다는 사실이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U-20 대표팀 감독 후보였던 인물이 탈락하고 A대표 임시 사령탑으로 가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협회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자칫 탈락 위로 차원의 인사로 비칠 수 있다"며 협회 결정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임시여도 A대표 사령탑을 할 만한 인물이 U-20 대표팀 감독에서 떨어지는 그림도 우습지 않나. 협회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감독을 선임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협회의 무능력한 일 처리 속, 한국 축구는 흑역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