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저씨’ ‘맞다이’ 등 거친 용어를 쓰며 분노하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불쑥 하이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고립무원’이 된 민 대표의 다음 셈법에 눈길이 모인다.
민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 결과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하이브를 향한 화해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뉴진스를 지키기 위해서란 입장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를 위해 좋은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뉴진스와 같이 하기로 한 플랜을 쭉 가져갔으면 좋겠다. 대인배의 관점에서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끝’ 하고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진스를 통해 목표로 삼았던 비전을 이루고 싶다며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하면서 금전적인 타협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뉴진스가 6월에 도쿄돔 팬미팅, 내년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월드투어를 하려면 트랙리스트가 확보되어야 해서 연말에 음반을 준비 중이었다”라며 “K팝의 모멘텀이 될 기회인데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좌절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뉴진스와 제가 계획했던 걸 성실하고 문제없이 잘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4월 22일 어도어 민희진 대표 등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30일 재판 결과로 어도어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대표직 자리를 지키며 한숨 돌린 민 대표가 하이브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민 대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달 31일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결과 민 대표 측근인 어도어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의 해임이 확정됐다.
새 이사로는 하이브 인사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선임됐다. 결국 민 대표는 자신을 반대하는 하이브 측 사내이사 3인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이브가 마음만 먹으면 민 대표를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민 대표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 대표는 자신의 경영실적과 뉴진스의 미래를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로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민 대표는 “내가 어도어에서 2년간 이룬 성과가 톱 보이밴드들이 5년, 7년 만에 낸 성과를 걸그룹으로 냈다”고 경영인으로서의 자격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세 이사와도 다 잘 아는 사이다. 서로 펀치를 한 대씩 때렸으니까, 끝냈으면 좋겠다. 제가 강조하는 건 ‘일할 때 삐치지 말자’다. 논리와 이성으로 이야기하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하이브와 대화를 요청했다.
다만, 민 대표의 바람과 달리 하이브가 계속 강경한 태도로 나온다면 민 대표의 사내 입지는 불안해진다. 아직까지 하이브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민 대표를 경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은 취하하지 않았다. 이는 화해 제안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지난달 30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단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배임 혐의를 더욱 파헤치려 한다면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최근 컴백한 뉴진스의 보호화 지원을 위해 민 대표와 협상 테이블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민 대표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어렵지만, 뉴진스가 민 대표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뒤숭숭한 레이블 분위기를 다독이기 위해 강경책을 잠시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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