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혐의 기소…2022년 성범죄 1심 무죄율 3.48%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전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노팅엄)가 앞으로 영영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김지혜 부장검사)는 11일 황의조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황의조는 성관계 중 상대방을 불법 촬영하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 관련 정보를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황의조는 국가대표팀에서 잠정 배제된 상태다.

황의조는 지난해 6월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자신과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네티즌을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정황이 포착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고, 지난 2월 검찰에 송치됐다.

동영상을 올리고 황의조를 협박한 인물은 그의 형수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황씨의 형수는 1심에 이어 지난달 열린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 사이 황의조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지난해 9∼11월 열린 A매치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11월 16일 국내에서 싱가포르전을 치른 직후인 18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21일 중국 원정 경기에 교체로 투입되며 비판 여론이 커졌다.

당초 "(황의조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정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없다"며 처분을 미뤘던 대한축구협회는 회의를 열고 수사기관의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축구협회 관계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검찰이 황의조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제 황의조의 국가대표 복귀 여부는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에 달렸다.

'제명' 철퇴를 맞고 앞으로 한국 축구에서 이름이 완전히 지워질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 운영 규정 제14조에서는 폭력, 성폭력,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를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

유형별 징계 기준을 살펴보면 '범행 과정을 촬영 또는 유포한 경우 등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 등 성폭력을 저지른 자에겐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처분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제명은 면하더라도, 국가대표로서의 삶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상 결격 사유를 규정한 제17조 4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거나,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는다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공정위원회에서 성희롱, 성매매 또는 성폭력과 관련된 비위 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를 받은 경우도 A매치를 뛸 수 없다.

황의조는 1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선고가 나온다면 상급심의 판단을 다시 구할 가능성이 높다.

1992년생인 황의조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이르는 재판 과정을 거치고, 자격정지 기간도 완전히 채워야 한다.

황의조가 국가대표에 복귀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법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다.

2022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혐의자 중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비율은 3.48%다.

황의조가 국가대표에 정상 복귀할 확률도 4%가 채 안 되는 셈이다.

soru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