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도 사변도 아니었다. 평온한 밤, 한 순간에 혼란에 휩싸였다.국민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3일 밤 10시 27분, 느닷없이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때문이다. 비록 3시간 만에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의결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30분께 계엄 선포를 해지했다. 상황은 일단락 됐자만, 거대한 혼란이 곳곳을 출렁이게 하고 있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사태가 벌어지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 연예계다. 웃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특성상 무거운 주제의 사고가 발생하면 표정관리가 필수적이다. 야밤에 발발한 갑작스러운 계엄령에 연예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취소했다 재개를 번복했다.

다행히 빠르게 정리된 덕에 파장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4일 오전에 예정된 포토콜 행사와 넷플릭스 ‘트렁크’의 서현진 인터뷰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예계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서현진 인터뷰는 6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걱정이 드리우고 있다. 연예계와 문화산업은 특히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한 분야다.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지속적인 사회적 이슈로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44년 만의 계엄령 선포라는 점에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요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말 콘서트가 줄줄이 있는 가운데, 비상 상황으로 올스톱될 위기가 발생한 것. 공연 관계자 대다수가 갑작스런 속보에 행사를 취소할 것인가 강행할 것인가를 두고 갈팡질팡 했다. 이승환은 4, 5일 열릴 콘서트를 취소했다가 재개하기로 공지했으며, 장범준과 두아 리파도 논의 끝에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이승환은 4일 오전 “계엄이 해제됨에 따라 ‘흑백영화처럼’은 예정대로 진행토록 하겠다.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할 말 많은 오늘, 더 깊고 짙은 사연과 노래로 만나 뵙겠다”고 덧붙였다.

방송가는 연말 시상식 개최 여부로 복잡한 상황이다. 방송3사는 시상식 개최 여부를 놓고 상황을 주시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큰 변동은 없지만, 워낙 민감한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영화계도 걱정이 크다. 영화관은 ‘모아나2’와 ‘위키드’ ‘히든페이스’가 모처럼 흥행 곡선을 타며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4일은 ‘1승’ ‘소방관’ ‘원정빌라’ ‘언니 유정’ 등 한국영화 네 편이 개봉했다. 연말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정치적 이슈가 찬물을 끼얹었다.

영화보다 더 자극적인 현실이 영화관으로 향할 발걸음을 막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가적 이슈가 발생하면 영화 관객 수가 부쩍 줄어든다. 모처럼 영화관에 관객 발걸음이 늘어났는데, 정치적 이슈의 직격탄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하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런 소란을 일으킨 것에 깊게 분노하고 있다. 새벽에 용산을 찾아갈까도 고민했다. 4일부터 영화 네 편이 무대인사를 시작하는데, 관객이 적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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