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수영(경영)대표팀의 이정훈 총감독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경영은 거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22개의 메달을 따냈고, 올해 열린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5개의 메달을 획득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축적했다. 이 감독이 예상, 혹은 기대하는 메달 개수를 묻는 취재진을 질문에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인 것은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선택이었다. 일각에선 수영이 올림픽에서의 ‘효자 종목’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감독이 지목한 세 종목은 김우민이 출전하는 자유형 400m, 황선우(이상 강원도청)가 출격하는 자유형 200m, 그리고 계영 800m였다. 김우민과 황선우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계영에서도 한국은 2위에 올랐다.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목표로 할 만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김우민이 400m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낸 게 전부였다. 김우민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찍은 3분42초71 기록을 근소하게 단축했지만 가까스로 포디움에 섰다. 금메달을 딴 루카스 마르텐스(독일)는 3분41초78로 김우민보다 1초 가까이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2위 엘리야 위닝턴(호주)도 3분42초21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2월 대회와 비교하면 더 우수한 기록으로 들어왔다.

황선우가 200m 준결승에서 전체 9위에 머물며 결승행에 실패한 것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 메달을 기대했던 에이스가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한다는 사실에 수영 대표팀 분위기는 크게 침체했다. 황선우는 준결승에서 1분45초92에 머물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분44초75로 우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록이 너무 처졌다. 만약 황선우가 도하에서의 기록을 파리에서 유지했다면 입상이 가능했다.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1분44초7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매튜 리차즈(영국)가 1분44초74를 찍어 은메달을 땄다. 동메달을 얻은 루크 홉슨(미국)은 1분44초79를 기록했다. 황선우의 도하 대회 기록에 근소하게 밀린다. 하지만 황선우는 자신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를 위해 더 필요했던 것은 단체전 메달이다. 한두 명의 활약으로 성적을 내기 어려운 종목이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은 계영 출전을 꿈꾸지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승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다만 올림픽 레벨은 너무 높았다. 한국은 결승에서 7분7초26으로 6위에 머물렀다. 1~2번 주자로 나선 양재훈과 이호준이 최하위에 머문 상황에서 김우민과 황선우가 그나마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도하 대회 7분01초94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유지만 했어도 동메달을 딴 호주(7분1초98)보다 나은 기록으로 포디움에 서는 게 가능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레이스를 마친 후 황선우는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나 역시 당황스럽다”라면서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가 아쉽다. 보여준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래도 나름의 성과는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의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400m 메달리스트가 탄생했고, 계영에서도 최초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한국 수영은 분명 발전하고 있다. 세계의 벽에 도전할 만한 수준까지 왔다. 김우민은 “비록 결과는 아쉽지만 준비한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있을 메이저 대회, 4년 후 올림픽까지 열심히 달려가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