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디움 위에 남과 북의 선수들이 나란히 섰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시상식. 세계 최강 중국의 왕추친, 쑨잉사이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북한 리정식, 김금용 조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신유빈, 임종훈이 동메달로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한국, 북한, 중국이 나란히 포디움에 오르게 됐다. 국제 관계 분위기와 관계없이 포디움 위의 6명은 무리 없이 융화됐다. 신유빈과 임종훈이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오른 가운데 뒤이어 김금용과 리정식이 등장했다. 둘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동메달리스트와 악수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임종훈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모두 함께 셀카를 찍을 타이밍이었다. 북한의 두 선수는 거절 없이 촬영에 임했다. 리정식의 표정은 무뚝뚝했지만, 김금용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북한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 무단 불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을 오가는 데 부담을 느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가차 없이 징계를 내렸다. 북한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징계를 마친 북한은 2016년 리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등장했다. 총 16명의 작은 규모지만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변화를 주목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 따낸 메달의 현장에 한국이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6년 전, 남북 사이 긴장감이 완화됐을 땐 스포츠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2018 자카르타ㄱ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카누, 농구 등이 단일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했다. 탁구, 유도, 핸드볼 등에서도 함께 국제 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공기가 다르다. 남북은 대치하고 있다. 단일팀은 꿈도 못 꾸는 분위기다. 스포츠 무대에서 만나도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 선수가 나란히 포디움에 오른 적이 있다. 남자 사격 10m 러닝타깃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북한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한국 선수들의 제안을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년이 조금 지나지 않은 시점. 이번엔 달랐다. 8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은 비교적 자유롭게 대회를 즐기고 있다. 이날 아레나에서 일반 관중석에 자리한 북한 관계자는 인공기를 들고 적극적으로 응원전을 벌였다. 북한이 점수를 낼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치는 '일당백' 응원이었다. 포디움 위에서도 남북의 소박한 교류가 이뤄졌다. 모처럼 남북이 평화 모드에 들어가는 순간이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