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탁구 세 종목 출전해 동 2개 획득
32년 만에 한국 첫 멀티 메달리스트
이제 20세, 역사이자 미래 자리매김
이제 더 이상 귀여운 소녀가 아니다. 신유빈(20·대한항공)은 이제 한국 탁구의 역사이자 미래다.
신유빈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아레나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이은혜, 전지희와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독일을 3-0으로 완파했다. 신유빈과 전지희가 복식에 나서 승리했고, 이은혜, 전지희는 단식에서 완승했다.
여러 의미가 담긴 동메달이다. 한국 탁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의 여자 단체전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신유빈도 크게 도약한 무대다. 신유빈은 앞서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짝을 이뤄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파리에서만 동메달을 2개나 목에 걸었다. 더불어 자신이 출전한 세 종목에서 모두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가 마지막이다. 당시 김택수(대한탁구협회 부회장)가 남자 단식 동메달과 남자 복식 동메달,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가 여자 단식 동메달과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8 서울올림픽에서 유남규(현 한국거래소 감독)가 개인전 금메달,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단식 메달이 없는 점이 아쉽지만, 4강에 올라 메달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다가 신유빈은 전 종목을 소화하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신유빈은 명실공히 한국 탁구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김 부회장은 "(신)유빈이가 도쿄 때는 실력보다 귀여움 같은 외적 관심도가 더 높았다.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선수는 귀여움만으로는 팬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유빈이가 결과로 보여줬다. 항저우 복식 금메달로 실력을 보여줬고, 더반세계선수권 복식 은메달, 올림픽에서도 실력으로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어 진짜 스타가 됐다"고 평가했다.
동료 평가도 다르지 않다. 전지희는 "유빈이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유빈이가 대표팀에 들어온 후로 팀이 바뀌었다. 신기하게 메달도 따고 팀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신유빈의 탁구 인생은 이제 막 열렸다. 2004년생인 그는 앞으로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다. 1992년의 김 부회장과 현 감독은 각각 22세, 23세였다. 유 감독이 서울올림픽에 출전했을 때가 딱 스무살이었다. 한국 탁구의 레전드가 된 세 명처럼 신유빈은 역사를 만들고 있다.
벌써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는 쓴맛을 봤지만, 이번엔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신유빈은 "이런 큰 대회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세 번이나 했다. 이보다 큰 경험은 없다"며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경기를 뛰는 경험 자체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파리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성장에 확실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자평했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