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했다. 입법까지 방해했던 팬클럽 ‘아리스’는 여전히 법정을 가득 채워 김호중을 호위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형사26단독 재판에서 최민혜 판사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냐”는 질문에 김호중 측 변호인 추형운 변호사는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기소된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한 것이다.

검은 정장을 입은 김호중은 다리를 절뚝이며 법정에 들어섰다.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가 왼쪽 발에 비해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 탈색한 노란 머리와 검은 머리가 뒤섞여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 판사가 “김호중 피고인”이라며 말을 이어가자,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네”하고 큰 소리로 답하기도 했다. 이후 줄곧 땅을 보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버지 김 모 씨도 조용히 재판을 참관했다.

재판은 10분 만에 끝났다. 최 판사는 “피해자와 합의했나. 했으면 계좌 이체 내역서 추가로 제출하라”고 하자 추 변호사는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최 판사는 범인도피교사·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전 모 본부장, 매니저 장 모 씨 등의 범죄 전력 등에 대해 확인했다.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 추가 여부를 묻자, 형법 30조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는 김호중을 비롯해 이 대표 등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범죄 공모를 한 것에 대해 죄를 추가로 묻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김호중 측에서는 변호인에게 피의자 심문 여부를 묻자 “없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 역시 “오늘 종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최 판사는 “증거자료가 방대한 관계로 다음 기일에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내달 30일 오전 10시에 공판이 속행될 예정이다. 다음 공판에서 검찰이 김호중과 이 대표 등 피고인들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해 구형할 것인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 팬 일부가 재판장에 들어가기 위해 실랑이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팬들이 법정 문 앞에 가방을 놓아둔 뒤 재판이 임박해 새치기를 하자 뒤에 있던 팬들이 법원 경위에게 항의해 한때 소란이 벌어졌다.

최근 조직적으로 입법을 방해한 점도 구설에 올랐다. 경찰 진술 등을 토대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김호중은 사고 당일 소주 3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추정됐다. 음주 수치를 측정하기 어렵게 도주 후 추가로 술을 마셨지만 결국 수치를 측정할 방법이 없어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됐다.

추후 김호중처럼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려는 범법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김호중법’ 제정이 논의되자 팬들이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 법안 반대 의견을 1만 개 가까이 달며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입법안을 발의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협박까지 일삼는 등 극단적 팬심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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