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재학생 160명인데 가족·교직원 등 2천800명 일사불란 승리 기원

손자 응원 온 70대도, 야구부 활동하다 부상에 응원단장 된 재학생도 '한마음'

(니시노미야[일본 효고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재학생이 160명에 불과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가 일본 고교 야구 '꿈의 무대'에서 정상에 서는 기적을 이뤄낸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 구장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열기' 그 자체였다.

경기 시작은 오전 10시에 예정됐지만 두 시간여 전부터 구장 앞 전철역을 통해 응원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국제교토고 교직원들은 오전 8시께 응원단 참여를 예약한 학부모 등을 위한 가판을 구장 앞에 차려놓고 표를 전달했다. 미처 예약하지 못한 일부 팬은 개별적으로 표를 샀다.

오카야마현에서 왔다는 70대 할아버지는 경기장 밖에서 다른 학부모들과 입장을 기다리다가 기자를 만나자 자기 손자가 출전 선수에 들지는 못했지만, 야구부에 속해있다고 자랑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교토국제고 응원석에는 2천800명가량이 모였다. 하나같이 '교토국제'라고 적힌 머리띠를 둘러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응원단 한편에는 한일 중학 야구 교류 행사를 위해 방일한 양천중 학생 10여명도 있었다. 이 학교 3학년 이성재 군은 "교토국제고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학교의 브라스밴드(합주부)도 버스를 빌려 타고 와 응원단에 합류했다.

알고 보니 중학생 22명을 합쳐도 160명밖에 되지 않는 국제교토고는 합주부가 없어 인근 학교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 학교 고교생은 138명으로 남녀 학생이 절반가량씩 되며 남학생 61명이 야구부 소속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북소리에 맞춰 응원 구호를 외치고 응원가를 불렀다. 학부모들도 함께 환호했다.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지만, 응원 열기는 폭염을 물리칠 정도로 뜨겁고도 뜨거웠다.

양 팀 모두 무득점으로 정규 이닝인 9회를 마치고 연장 10회 초에 들어가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통해 2점을 올리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이어 10회 말 구원 등판한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 상대팀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고 승리를 확정하자 응원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학생들은 승리 기쁨에 더 이상 크게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연신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눈물을 흘린 학생 가운데는 응원단장을 맡은 이 학교 3학년 야마모토 신노스케도 있었다.

그는 모교 우승의 비결에 대해 "끈끈한 팀워크"라며 "졸업 전에 우승하는 것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마모토는 원래 야구부에서 포수로 활약하다가 요추분리증과 코로나19 감염으로 장기간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실의에 빠졌지만,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응원단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