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의 주인공은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다. 당시 두 배우의 나이는 76세, 79세였다. 두 배우는 40대부터 70대 이후까지 30여년을 넘나드는 연기를 감행했다. 젊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지만, 디에이징·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로 젊은 얼굴을 만들 수 있어 두 배우에게 연기를 맡겼다. 거장이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는 것에 찬사가 나왔다.
# 2. 지난 2월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에선 장난감(손석구 분)의 어린 시절에 딥페이크를 활용했다. 경찰 아버지와 대치하는 장면, 손석구와 빼닮은 얼굴이 나왔다. 아역 배우 강지석의 얼굴에 손석구 이미지로 딥페이크를 활용했다. 범죄의 악용될 소지가 큰 AI 기술을 작품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4년 만에 상반된 시선이 나온 셈이다. 그 이유는 음란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편집할 수 있게 대중화됐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피해자도 생겼다.
AI 기술을 악용하는 사레가 늘어나자 문제의식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런데도 미디어는 꾸준히 AI를 활용했다. 이 외에도 JTBC ‘웰컴투 삼달리’ 1회 오프닝시퀀스는 故 송해의 60대 시절을 담아냈다. 영화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의 주인공 안나 테일러조이의 아역배우도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했다. 올해 열린 제28회 부천국제영화제는 ‘AI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이미 콘텐츠 업계에서는 AI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큰 사고가 터졌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는 메신저 단톡방이 포착된 것. 최근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군인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불법 합성물이 유포되고 있다. 무려 22만명에 달하는 채널에 불법 합성물이 제작, 유포됐다. 경찰은 AI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어렵잖게 허위 영상물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피해는 지속해 확장되고 있다. 페이크 피해 지역 및 학교에 이어 가해자 명단도 돌고 있다. 명단에는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피해 학생의 학교가 게재됐다. 대학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수십군데도 포함됐다. 10대들이 딥페이크 범죄에 노출됐단 의미다.
가해자 부모들은 디지털 업체에 접근해 해당 제작물을 삭제하고 있고, 피해 여학생들은 SNS를 닫고 있다. 모델 지망생들조차 사진 작가에게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딥페이크로 활용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경찰은 빠르게 내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성 착취물 방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건과 관련한 주목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갑작스럽게 터진 사태에 영화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딥페이크 기술이 관객에게 사실감을 주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사건이 터지면서 위축된 모양새다. 영화계의 상황을 떠나 범죄자 처벌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변영주 감독은 “딥페이크 기술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선의로 사용된다고 해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영화계가 나몰라라 할 수 없다. 너무 심각한 범죄가 나왔기 때문에 수사가 먼저 자세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림 감독은 “딥페이크는 양날의 검이다. 영화적으로 매우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지만, 악용하기도 쉽다. 대중의 불편한 감정을 충분히 건드릴 수 있다”고 했다.
연예계에서 딥페이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브 장원영을 비롯해 브레이브 걸스 유정, 가수 권은비, 방송인 덱스 등이 딥페이크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 음란물 뿐 아니라 도박 광고 등 불법 가짜 광고에 딥페이크가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음란물 범죄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존재다. 이미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텔레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어 범죄자를 색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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