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첫판 직후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이례적으로 팬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붉은악마 서포터석으로 걸어간 뒤 경기 중 야유를 자제해달라는 손동작을 하면서다.

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상황을 묻자 “우리가 시작부터 못한 건 아니지 않느냐. 왜곡해서 제 SNS에도 찾아오시더라.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하는 분이 아쉬워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작심한 듯 말했다.

또 “(관중석에) 찾아간 것을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은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는데 공격적인 의도는 없었다”며 “경기 시작전에 (야유가) 들리니까 그게 아쉬워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다수 팬은 1년 사이 각종 행정 논란을 일으킨 KFA의 수장 정몽규 회장을 겨냥한 비판 걸개와 더불어 경기 전,중,후로 “정몽규 나가!”를 쩌렁대게 외쳤다. 또 KFA가 자초한 어설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에게도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는 경기 내내 6만 관중의 열띤 환호 뿐 아니라 야유를 지속해서 접하며 경기를 치렀다.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은 가운데 김민재를 비롯해 팀 뼈대를 이루는 유럽파 스타는 이런 분위기에 피로를 호소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아주 안타깝다. 감독과 함께하는 첫 경기였는데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했다”면서 “선수는 감독을 100% 믿고 따라야 한다. 감독이 이기는 축구를 만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 축구 팬 여러분도 아쉽고 화가 나겠지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가 우리의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팬 입장에서도 생각해주면 좋겠다. 응원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큰 무대를 누비고 산전수전 겪은 빅리거에게도 홈 팬 야유는 버겁다. 절대적인 지지자가 몰린 안방 경기에서 특히 더 그렇다. 누군가 “선수가 아닌 정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한 비판 목소리”라고 강조해도 마찬가지다. 팬 응원을 등에 업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경기 중 야유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구동성으로 “응원해달라”는 호소를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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