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한축구협회장 향한 강도 높은 '압박' 지속
내달 2일 문체부 감사 발표 이어 국정감사 증인 출석
4연임 저지 의지 뚜렷… 협회 노조도 "불출마" 목소리

현안질의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향한 정치권의 '저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 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질의에서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당했다. 문체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오늘처럼 여야 의원님들이 이견 없이 한목소리로 체육계를 질타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풍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야가 같은 뉘앙스로 정 회장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억지 부리듯 고성을 치거나 빈약한 근거로 비판, 혹은 인신공격성으로 조롱하는 이도 있었지만, 팩트와 구체적인 논거를 내세워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실책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정 회장을 향한 문체위의 태클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는 다음 달 국정감사에 정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현안질의에서 날카로운 지적과 질문으로 정 회장을 진땀 나게 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오늘 소명이 이뤄지면 국정감사 증인 철회할 생각이 있었다. 오늘 시간이 흐르며 철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상황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 회장의 4선을 막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현재 4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최근에는 자서전을 출판하며 자신의 치적 알리기에도 나섰다.
정 회장은 현안질의에서 나온 4선 도전 여부에 관한 질문에도 "거취 문제에 관해서는 축구 발전을 위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 현명한 선택을 하겠다. 잘 새겨듣고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사실상 여전히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국정감사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감사가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일이면 문체부에서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다.
정치권은 문체부를 통해 정 회장의 4선 출마를 막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강유정 의원은 문체부 유인촌 장관에게 "문체부가 축구협회를 감사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회장의 자격 정지를 요구하고 임원 자격이 정지되면 4연임에 도전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라면서 "의사가 있나?"라고 물었다. 유인촌 장관도 "맞다"라고 답했다. 강유정 의원은 "행정소송을 불사하고라도 4연임 저지할 수 있다는 문체부 장관의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사면초가다. 축구협회 노조에서도 정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축구 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쫓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라며 "정 회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위기의 축구협회를 수습하는데 남은 임기를 보내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지금 분위기라면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도 있지만, 의지만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 정 회장의 현재 상황이 그렇다.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