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선발, 교체 카드가 모조리 들어맞았다. 한국 축구가 ‘화끈한 용병술’을 앞세워 중동의 강자 이라크를 격파했다.

홍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 이라크와 홈경기에서 3-2 승리했다. 예선 3연승을 달린 한국은 3승1무(승점 10)를 기록, 이라크(승점 7)와 승점 격차를 벌리면서 선두 독주 체제를 갖췄다. 지난 10일 요르단 원정 2-0 승리에 이어 10월 A매치에서 모두 웃었다.

한국은 요르단전 선발과 비교해서 최전방과 왼쪽 윙어를 바꿨다. 주민규 대신 오세훈이 원톱으로 나섰고 황희찬(울버햄턴)마저 다친 왼쪽은 요르단전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배준호가 책임졌다.

보란 듯이 들어맞았다. 전반 2분 만에 배준호가 이재성의 침투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왼발 슛으로 이라크를 위협했다. 1분 뒤엔 오세훈의 날카로운 헤더 슛이 나왔다.

한국은 요르단전처럼 볼을 지녔을 때 멈추지 않고 공간을 찾으며 진격했다. 좁은 공간에서 유기적이고 빠른 전환 패스로 이라크를 흔들었다. 이라크는 핵심 왼쪽 풀백 메르차스 도스키(슬로바코)를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 전략적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했으나 한국의 연계플레이에 휘청거렸다.

배준호는 왼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압박으로 공을 탈취할 뿐 아니라 현란한 개인 전술로 이라크 수비에 자주 균열을 냈다. 전반 34분엔 상대 역습 때 전력을 다해 하프라인을 질주, ‘슈퍼 태클’로 패스 길목을 저지하기도 했다.

결국 전반 40분 배준호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만들어졌다. 황인범의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오른 풀백 설영우가 낮게 깔아찬 공이 이라크 수비에 맞고 왼쪽으로 흘렀다. 배준호는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에 둘러싸인 오세훈을 향해 패스했다. 오세훈이 왼발로 밀어 넣었다. 공수 전반에 걸쳐 매혹적인 경기력을 뽐낸 배준호와 홍 감독이 야심 차게 꺼낸 오세훈 원톱 카드가 적중한 순간이다. 배준호는 지난 요르단전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오세훈은 A매치 4경기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상대가 배준호의 동선을 의식하면서 집중 견제를 받은 오른쪽 윙어 이강인의 움직임도 살아났다. 특유의 볼 소유와 예리한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라크도 저력이 있었다. 이탈리아 무대를 누비는 알리 자심(코모1907)을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후반 5분 자심이 예리한 드리블로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암자트 아트완(자코)이 이어받아 오른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간판 골잡이 아이멘 후세인(알 코르)이 오버헤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계 1호’ 후세인의 한 방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오세훈과 배준호 대신 오현규, 문선민이 투입됐다. 홍 감독의 용병술은 또다시 기가막히게 들어맞았다. 후반 29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에서 재치 있는 드리블로 이라크 수비를 무너뜨렸다. 낮게 깔아찬 공이 걸렸지만 이재성이 살려 침착하게 골문 앞으로 내줬다. 오현규가 왼발로 차 넣었다. 오현규는 요르단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3만5198명의 관중이 크게 환호했다.

이라크는 후반 33분 후세인을 빼고 모하나드 알리(알 슈르타)를 투입하며 반격했다. 그러나 한국은 5분 뒤 KO펀치를 날렸다. 이명재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한 공을 이재성이 절묘하게 상대 수비 공간을 파고들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라크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이브라힘 바예시가 자심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넣으며 한 골을 만회했다. 그러나 한국은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홍 감독의 용병술이 100% 적중하면서 안방에서 이라크를 따돌리고 북중미 본선을 향한 5부 능선을 넘어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