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언제까지 파리생제르맹(PSG)에서 제로톱을 소화해야 하는 것일까.

프랑스 언론 르 파리지앵의 8일 보도에 따르면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스트라이커 영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린다 해도 PSG는 최전방 보강을 위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PSG는 시즌 초 곤찰로 하무스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뒤 제로톱을 가동하고 있다. 이강인이나 마르코 아센시오가 최전방에 자리하는 포메이션이다. 두 선수 모두 원래 스트라이커가 아니지만 ‘가짜 9번’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스트라이커인 란달 콜로 무아니가 있지만, 기량 미달로 인해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다. 앤리케 감독의 1번 옵션은 이강인, 혹은 아센시오를 활용하는 제로톱 전술이다.

아쉬움도 있다. 이강인은 제로톱을 무난하게 수행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강인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정확하면서도 예리한, 그리고 창조적인 킥, 패스가 최대 무기다. 동료만 영리하게 움직이면 백발백중 패스를 배달한다.

문제는 이강인이 제로톱으로 들어가면 이 장점이 반감된다는 사실이다. 자유롭게 2~3선으로 내려와 패스를 뿌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을 만지는 빈도가 낮다. 최대한 공을 자주 잡아야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제로톱 시스템에서는 그렇지 않다. 득점력은 오히려 올라간 것 같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PSG 경기력도 기대 이하다. 프랑스 내에서는 위력이 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레벨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등은 개인 기량이 우수하지만 팀 플레이에는 미숙한 면을 보인다. 이강인, 아센시오와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이강인은 좌우 측면에 서기도 하지만 최근 가장 자주 소화한 자리는 제로톱이다. 하무스가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 자리에서 뛸 확률이 높다.

그나마 하무스가 A매치 휴식기 이후 복귀가 유력한 게 위안거리다. 돌아온다 해도 하무스가 프랑스 리그1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여러 대회에서 모두 선발로 뛸 수는 없다. 콜로 무아니의 선발 출격이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이강인과 아센시오의 포지션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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