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장군 일대기다.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의사’가 아닌 말을 타고 만주벌판을 달린 ‘장군’ 안중근 이야기다.

안중근 역을 맡은 현빈은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하얼빈’ 제작보고회에서 “실존 인물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뜻깊은 인물을 연기했다. 현장에서 진심과 열정, 에너지가 더 세졌다”고 밝혔다.

◇영하 40도 꽁꽁 언 호수에 누운 현빈…몽골 공항 내려 3일 내내 달렸다

배우들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빈은 “몽골 호수 기온이 영하 40도였다”며 “저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을 때 몰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내달 25일 개봉하는 ‘하얼빈’은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 작품이다. 꽁꽁 언 호수 위를 거니는 안중근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스케일이 그려졌다. 현장에선 “완벽해”라는 우 감독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우덕순 역을 맡은 조우진은 “감독님의 ‘완벽해’ 그 한 마디가 너무 통쾌하게 들렸다”고 회상했다.

‘하얼빈’은 3개국 글로벌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몽골 촬영은 극한이었다.

우 감독은 “헌팅까지 합하면 지구 2바퀴 반을 돌았다.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3일을 가야 했다. 비포장도로 연속이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녹다운이 됐다”며 “그럼에도 독립 투사 마음을 담아야 했다. 우리 몸이 편하면 안 된다는 게 전제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생각 역시 독립 투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 공부인 역을 맡은 전여빈은 “첫 촬영지 몽골을 가는 길이 길고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힘들었던 시간과 환경이었다”며 “사막 가운데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 있었다. 광활한 대지 위에 인간이 느끼는 고독감과 외로움, 존재로서 성찰과 고찰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 박정민·조우진·유재명·박훈·이동욱까지 쟁쟁한 배우 열연

‘하얼빈’은 배우 얼굴만으로도 꽉 찬다. 박정민, 조우진, 유재명, 박훈, 이동욱 등 충무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열연했다. 독립 투사 우덕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전라도 광주에서 독립군이 일본군에 맞서서 전쟁 벌이는 신을 찍었다. 눈이 잘 안 내리는데 촬영 간 날 보름 동안 녹지 않는 눈이 내렸다”며 “80년 만의 폭설이라 감독님이 좋아했다. 그런 풍경 안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독립군 김상현 역을 맡은 조우진은 ‘안중근’이라는 말 한마디에 대본도 보지 않고 곧바로 출연을 수락했다. ‘내부자들’ 등에 이어 ‘하얼빈’에서 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조우진은 “이번 작품은 검토하지 않고 바로 임했다. 대본 보기 전에 바로 답을 드렸다”며 “이전 작품 가운데 감독님 디렉션에 가장 많이 기댄 작품이다. 엄청난 내용 디렉션을 받았고 많은 감정을 썼다”고 말했다.

모리 다쓰오 일본제국 육군 소령 역을 맡은 박훈은 “전투신에서 액션이 나온다. ‘하얼빈’에서 액션신은 합이 맞춰졌다기보다 그 상황과 처절함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액션이었다”며 “몇 번이고 액션을 수정하면서 찍었다. 눈을 헤집고 튀어나오는 장면 등 실제 독립군이 겪었던 마음에 가깝게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단역도 가장 처절한 액션을 했다”고 전했다.

◇ “현빈과 하루 종일 리허설만 했다”…안중근 장군 기대감↑

현빈이 빚어낸 안중군 ‘장군’에 대한 관심으로 쏠린다. 우 감독은 “하루 한컷 찍은 날도 있었다. 리허설 하고 눈과 진흙이 바지와 팬티까지 치고 들어왔다”며 “현빈이 곧 안중근이었다. 액션신을 위해 현빈과 하루 종일 리허설만 한 날도 있었다. 허리도 다쳤지만 잘 버텨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작품에선 다소 생소한 말 타는 모습 안중근도 그려진다. 현빈은 “실존 기록에 남아있기로 어렸을 때부터 사냥하고 말을 탔다. 무예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안중근이라는 한 인간의 고뇌와 좌절 등 여러 감정이 잘 표현이 잘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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