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팀 컨디셔닝 딜레마
장시간 비행 시차 적응도 못해 
안방 1승2무-중동원정 3승1무 
쌩쌩한 K리거 과감 기용 해법 

원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와 결과다. 그만큼 진한 교훈도 남겼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0일 오만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7차전 홈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쳐 목표로 내건 이달 2연전 전승에 실패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애초 25일 수원에서 예정된 요르단과 8차전까지 이겨 자력으로 조기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르게 '월드컵 본선 모드'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 그러나 한국은 4승3무(승점 15)로 선두를 지켰으나 골득실로 2,3위에 매겨진 요르단과 이라크(이상 승점 12)의 추격을 받게 됐다.
오만전 실패는 상대 밀집 수비를 꿰뚫는 부분 전술에 아쉬움도 존재하나 '안방 팀 컨디셔닝' 실패의 지속이 크다. 한국은 이번 3차 예선 7경기 중 홈에서 치른 3경기에서 1승2무(4골 3실점)에 머물렀다. 중동으로 떠난 원정 4경기에서는 3승1무(9골 3실점) 호성적을 거뒀다. 내용도 훨씬 좋다.
어느덧 대표팀 자원은 유럽과 중동 리그에서 뛰는 자원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다. 이들은 홈 A매치 때 장거리 비행을 거쳐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채 동료와 하루, 이틀 발맞추고 경기에 나선다. 당연히 100% 컨디션으로 뛸 수 없다. 반면 시차가 크지 않은 중동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한다.
해외파 비중이 커진 건 '세계 1호'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체제에서 지난 월드컵부터 장기간 호흡하며 선수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베스트11을 가동한다. 반면 한국은 지난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외인 감독 체제에서 베스트11 고정화 현상이 짙었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턴)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에게 의존해 왔다. 설상가상 이번엔 부상으로 김민재가 명단에서 빠졌고 황인범은 오만전을 뛰지 못했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오현규(헹크) 등 젊은피 유럽파를 꾸준히 발탁하며 인재 풀을 넓히고 세대교체 발판을 놨다. 다만 아직 선배 유럽파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이들 역시 장시간 비행을 거칠 때 컨디션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처럼 유럽파 간의 격차를 줄이면서 폭넓게 활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때 가치를 발휘하는 게 K리거다. 시즌 말미를 향하는 유럽파보다 쌩쌩한 체력, 감각을 자랑하는 K리거가 대체자 노릇을 해야 한다. 
재능 있는 선수의 해외 진출이 많아져 이전보다 K리그에 대표급 자원이 적다고 하나, 경기력이 좋은 선수의 발탁과 과감한 기용이 필요하다. 오만전만 해도 선발로 나선 유럽파 공격수의 부진 속 최근 물오른 컨디션인 이동경(김천)을 활용하지 않은 건 아쉬웠다.  

김용일 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