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작곡가 유희열이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18일부터 21일까지 DJ 배철수의 휴가 기간 동안 스페셜 DJ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복귀 첫날인 18일 방송에서 유희열은 ‘첫사랑’을 주제로 오프닝 멘트를 열며 “첫사랑 같은 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앉아 있으려니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는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표절 논란 이후 3년 만의 복귀인 만큼 유희열의 목소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하얘지고, 살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며 “반가움을 표시해주신 분들, 소리 없이 들어주시는 분들, 또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느끼실 모든 분들께 감사함, 또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는 어색함에 사과의 말씀을 함께 전한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베테랑 라디오 DJ 출신이다. MBC FM4U ‘유희열의 FM 음악도시’ ‘유희열의 올댓뮤직’ KBS 쿨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등의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유희열은 “돌이켜보니 라디오는 제게 거울 같은 존재였다”며 “조명이 멋지게 비춰지는 거울이 아니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제 모습에는 시간의 때도 많이 묻어 있을 거고, 살면서 생긴 주름 같은 것도 자글자글할 텐데, 그 덕분에 조금 더 내려놓게 되면서 편안해진 것도 있다”면서 “제 본모습을 여과 없이, 한편으로는 누가 되지 않게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 여러분과 최선을 다해 나누겠다”고 밝혔다.

유희열의 긴장된 목소리는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서히 풀렸다. 방송 내내 유희열의 복귀를 환영하는 청취자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약속도 취소하고 라디오를 듣고 있다는 청취자부터 유희열의 과거 라디오 DJ 시절 팬까지, 그의 복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덕분에 방송이 후반부로 향하며 유희열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편안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생생한 음악 지식도 틈틈이 전달하며 전문가다운 진행 실력도 발휘했다.

특히 유희열이 인생의 역경을 언급한 순간도 있었다. 유희열은 과거 라디오 진행 시절을 돌아보던 중 “살다 보면 여러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큰일을 겪는다”며 “그럴 때 ‘왜 일이 이렇게 흘러가지?’라고 생각하면 속상해진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왔지?’라고 생각하면 사람이 작아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희열은 “작아진다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건조시킨 수건처럼, 물기는 빠졌지만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때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더 견고해질 수 있는 기회이고, 그게 인생의 순간이기도 하다. 횡설수설하는 것 같지만, 감사드린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송은 MBC가 배철수의 휴가를 맞아 기획한 릴레이 스페셜 DJ 방송의 일부다. 유희열 외에도 이루마, 옥상달빛, 윤도현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을 맡는다. 소속사 안테나는 “유희열이 선배 배철수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스페셜 DJ에 참여하게 됐다. 담백한 진행과 입담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희열의 복귀는 2022년 표절 논란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유희열의 곡 일부가 일본 음악계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의혹이 불거졌다. 표절 논란 여파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종영했고, 유희열은 공식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번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연이 본격적인 활동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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