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9개월 만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국가대표 선수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전격적으로 허용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지난 5일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를 치르고 귀국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수에게 어제(4일)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한다고 알렸다. 너무 늦어져 선수들이 좋아할지 걱정했지만 좋아하더라. 국가대표 선수 뿐 아니라 유소년 선수도 동기부여를 얻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는 경기 때 착용하는 신발과 보호대는 물론 라켓 등 대다수 용품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후원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안세영은 이날 귀국장에서 개인 후원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 직후 개인용품 사용에 관한 고충 등을 담아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후 배드민턴협회가 국정 감사 소재가 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개인용품 후원 계약 허용은 예견된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 브리핑'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 개선 및 선수 권익 보장을 강조하면서 안세영이 언급한 선수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협회와 후원사 간 협의가 미온적이거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직접 조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문 회장은 문체부의 뜻대로 이행했다. 다만 협회 공식 후원사 후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20억 원가량 차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손실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 측과 여러 차례 면담했지만 원하는 정도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선수를 더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이번 대회 도중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수디르만컵 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져 준우승했다. 일본 대표팀을 20년간 이끌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디딘 박주봉 감독은 대표팀 문화 개선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처음 상견례 때 선수가 모여 인사하는데 '차렷, 경례'를 하더라. 옛날에 하던 건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안세영도 만족해했다. 그는 "(이전) 감독께서 무겁고 진지한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박주봉 감독께서는 장난도 많이 하고 즐겁게 해주신다. 나를 많이 믿어주고자 한다"고 했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