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볼 것이 없다.”

오타니 쇼헤이(31)는 역시나 특별하다. LA 다저스가 ‘통상적인’ 재활 프로세스를 밟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에서 재활 등판을 시작했다. 간단하게 보면, 오타니이기에 그렇다. 타자로도 뛰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16일 캘리포니아주 LA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 정규시즌 샌디에이고전에 1번 타자 겸 투수로 선발 출전했다.

투수로 1이닝 2안타 1실점 기록했다. 최고 시속 161㎞ 강속구를 뿌렸다. 타자로는 2안타 2타점 1볼넷 올렸다. 만점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하루다.

마운드에 선 오타니의 모습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3년 8월24일 이후 처음으로 공을 던졌다. 663일 만이다.

오래 걸렸다. 2023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1년 8개월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사이 타자로는 2024시즌 MVP에 오르는 등 펄펄 날았다. 이제 마침내 ‘이도류’ 부활이다.

이례적인 부분이 있다. 재활을 빅리그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라이브 피칭, 시뮬레이션 게임 등 모든 과정은 끝냈다. 실전만 남긴 상황. 일반적이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서 재활 등판을 치른다.

오타니는 아니다. 15일 MLB닷컴 등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전형적인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계속 이닝을 늘리면 된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제 던질 때가 됐다.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오타니는 팀 내 최고 타자이기도 하다. 올시즌 타율 0.300, 25홈런 43타점 11도루, 출루율 0.396, 장타율 0.643, OPS 1.039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 OPS 1위다. 2024시즌 54홈런-59도루를 만든 선수이기도 하다.

오타니가 마이너에 내려가면 다저스는 당연히 손해다. 어차피 실전을 치르면서 투구수를 올린다면, 빅리그에서 ‘오프너’로 쓰면 된다. 이게 낫다고 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정이다. 일단 시작부터 시속 160㎞대 강속구를 뿌렸다. 팔 상태는 괜찮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괜찮다고 하더라. 에인절스 시절 기록은 찾아보지 않았다. 당분간은 짧게 던질 것이다. 이닝을 늘리는 부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투수로 규정이닝을, 타자로 규정타석을 동시에 채운 선수다. ML 역사를 이미 썼다. 잠시 멈췄던 ‘이도류’로 돌아왔다. 오타니는 “난 이게 정상”이라 했다. 다시 빅리그를 ‘씹어먹을’ 준비를 마친 듯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