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배우 김지수’ 타이틀까지 잡으려 한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 다 놓칠 모양새다.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발연기 꼬리표가 여전하다.
지수는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에서 고등학생 이지혜 역으로 출연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액션 장르다.
영화는 연재되던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며 전개된다. 지수가 맡은 이지혜는 총을 무기로 사용하며, 유중혁을 사부로 모시는 인물이다.
지수의 첫 등장은 목소리부터 몰입이 깨졌다. 긴 터널 끝 울려 퍼지는 지수의 목소리는 답답하다. 특유의 먹히는 발성이 나아지지 않아서다. 배우로서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발성은 ‘발연기’라는 꼬리표를 떼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지수가 연기한 이지혜 캐릭터는 원작 소설 속 이순신 장군을 배후성으로 모시며 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영화로 각색되며 주 무기가 총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이미 한차례 원작 왜곡 논란이 있어 이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숙제가 커졌다.
연기적인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지수는 아쉬운 결과물만 만들었다. 답답한 발성,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톤, 부정확한 발음 등으로 캐릭터 설득은 커녕 원작에서 매력적인 이지혜의 존재감을 부정적으로 돌려놨다. 또한 유중혁을 ‘사부’라고 호칭하는 장면도 거부감을 유발했다. ‘사부’는 현대에 흔히 통용되지 않는 단어다. 익숙하지 않은 비일상적인 단어에 지수의 어색한 연기 톤까지 만나 최악의 시너지를 냈다.
무엇보다 지수가 여러 작품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매번 비슷한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지수는 이미 지난 2021년 배우 데뷔작 JTBC 드라마 ‘설강화: 스노우 드롭(snow drop)’을 비롯해 올해 초 공개된 쿠팡 시리즈 ‘뉴토피아’에서 여러 차례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매번 연기톤, 발성, 발음 등에 대한 비슷한 지적이 반복되지만, 지수의 불편한 연기력은 일관된다.
이미 ‘블랙핑크’로 큰 성공을 거둔 지수이지만, 연기자 김지수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선 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과거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일각의 편견을 비롯해 발연기 꼬리표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현재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편견을 깨부순 선배들의 부지런한 노력 덕분이다. 지수는 그런 동료들의 시간을 허투루 만들지 말아야 한다. ‘블랙핑크’와 ‘배우’ 두 타이틀을 갖고 싶다면 이젠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해야 할 시점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