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드래곤·대성·보아 공연 취소 이어지며 팬심 흔들…K-팝 공연 시장 ‘경고등’
세계가 열광하는 K‑팝. 그러나 공연 현장은 물론 팬미팅 시장에서도 불안정한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팬들은 예매와 참여를 망설이고, 기획사들은 일정 조정에 급급하다.
최근 공연 취소 사례에 더해 팬미팅 일정마저 갑작스레 취소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유는 ‘폭염’, ‘기술적 문제’, ‘건강 악화’ 등으로 다채롭게 제시되며 다양하지만, 그 배경에는 불투명한 수익 구조, 무리한 일정 확대, 불확실한 수요 예측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 일부 아티스트는 전석 매진…그러나 시장 전반은 흔들린다
일부 톱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는 여전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K-팝의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부 공연에서는 잦은 일정 변경과 갑작스러운 취소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공연이 한 차례 취소될 경우, 팬들의 실망은 물론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매를 해도 정말 열릴지 확신이 없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 지드래곤·대성·보아…이유는 달라도 공통점은 ‘취소’
지난 7월 11일, 지드래곤의 태국 방콕 공연이 돌연 취소됐다. 소속사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기후에 익숙한 현지 사정을 감안할 때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성의 호주 멜번 공연은 ‘기술적 사유’로 취소됐고, 보아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8월 예정된 단독 콘서트를 접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연 취소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은 점점 ‘기대’보다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 수요 예측 실패…“강행보다 취소가 덜 손해라는 인식 팽배”
공연 기획사와 현지 프로모터들 사이에선 “공연을 강행하기보다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 게런티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에 따라 해외 프로모터들은 손익을 맞추기 위해 2만 석 이상 대형 공연장을 대관하고, 티켓 가격 역시 높게 책정한다. 하지만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좌석이 절반도 채워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며 손해가 커진다.
이런 상황 속에 일각에서는, 티켓 예매 추이를 보고 공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비공식적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공식적인 계약 구조나 보도로 확인된 바는 없다.
◇ ‘계약은 했는데 공연은 없다’…불투명한 해외 투자 계약도 문제
최근 중국과 홍콩 등지의 투자자들이 국내 아티스트 공연 유치를 명목으로 접근해 계약을 체결한 후, 정작 투자금이 집행되지 않거나 공연이 무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현지 브로커는 국내 아티스트의 계약서만을 확보한 뒤, 이를 현지에서 별도의 투자 유치나 사업 명분으로 활용하고 실질적 공연은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국내 기획사와 아티스트에게 일정 손실, 기회 손실, 팬 신뢰 하락이라는 3중 부담을 안긴다.
◇ 신뢰 회복 없이는 ‘글로벌 K-팝’도 흔들린다
K-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다. 그러나 무대 뒤 시스템이 무너지면 브랜드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팬들과의 약속이다. 준비되지 않은 발표, 반복되는 일정 변경, 불확실한 진행 방식은 결국 K-팝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아티스트의 몸값을 시장 수요와 현실에 맞춰 조율하고, 책임 있는 계약과 철저한 사전 검토, 그리고 팬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공연이 기획돼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열광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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