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재능’일까.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배우 유아인(엄홍식)이 권위 있는 시상식의 올해의 남자 배우상 후보에 올랐다.
이름이 오른 것만으로도 시끌시끌하다. 범죄자에게 명예로운 후보의 자리를 주는 것이 올바르냐는 비판이다.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DGK(한국 영화감독 조합)에서 운영하는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개봉한 작품을 바탕으로 730여명의 조합원의 1~2차 투표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했다.
시상식 관계자에 따르면 후보군은 기간내 개봉한 모든 영화를 포함하기 때문에 배우상 후보만 200명이 넘었다.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가운데 수많은 영화 감독이 정성 들여 투표한 셈이다. 유아인은 그 사이에서 5위 안에 선정됐다. 대중예술가들이 인정한 배우라는 걸 거부할 수 없다. 마약 투약으로 훌륭한 재능을 스스로 망가뜨린 배우라는 게 한편으론 텁텁함을 준다.
결과적으로 논란이 생겼다. 영화인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마약 투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우를 후보에 올리는 것에 거부반응이 크다. 영화인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도 인식하지 않는 태도에 불만도 큰 듯하다.
대중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도덕적 잘못에 더욱 단호해야 한다는 시선에 무게가 쏠린다. 연예인은 1020 세대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쉽게 따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아인의 길지 않은 자숙을 거쳐 복귀했을 때 마약에 대한 친숙함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승부’에서 연기를 잘했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밈이 ‘약빤 연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마약에 대한 거리감을 좁힌 셈이다. 안 그래도 마약류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큰 상황에서 영화계가 너무 안일한 태도를 지닌 건 아닌가 답답하다”며 “더 명확하고 확실하며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위원회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했다. 1998년부터 진행된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영화인 사이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심사위원 없이 다수의 투표로만 결정됐기 때문이다. 총 다섯 명의 후보가 오른 가운데 1등이 수상하는 형태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 때로 이해하기 힘든 수상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 승복하는 분위기다.
유아인처럼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배우를 배제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영화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클 수도 있다는 게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 영화인도 적지 않다.
한 영화 관계자는 “유아인 노미네이트 사건은 매해 모든 영화제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사회적 평판과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권위를 세우는 것이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며 “유아인이 잘한 건 아니나,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 중에 더 파렴치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업계가 다 아는 나쁜 사람이 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쉽게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도덕적 딜레마인데 늘 어렵다.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