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가운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가 6개 부문을 휩쓸며 최고의 영화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작품상은 '문라이트'에게 돌아갔다.
26일 LA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마지막 수상 순서인 작품상 수상자 발표를 잘못해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작품상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는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더니 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이에 라라랜드 제작진들은 일제히 무대로 올라 수상 소감까지 말했다.
그런데 이 순간 시상식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이 황급히 나서 수상작이 적힌 봉투를 보여주며 '문라이트'가 수상작이라고 정정했다. 혹시 수상 이벤트 또는 농담 아닌가 하는 의심과 함께 장내가 술렁이자 비티는 다시 나서 작품상 수상작이 '문라이트'라고 재확인했다. 작품상 발표자에게 전달된 봉투가 작품상이 아닌 여우주연상 봉투가 다시 전달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7개 부문을 석권한 것으로 신나 있던 라라랜드 제작진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문라이트 제작진에게 넘겨줬다.
흑인인 배리 젱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마이애미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 샤이론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외에 각색상과 남우조연상(마허셜라 알리) 등 3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LA를 배경으로 꿈을 찾아 떠나온 두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이번 시상식에서 최다인 1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만큼 모두 6개 부문에서 아카데미 트로피를 독식했다. 여우 주연상을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엠마 스톤이 차지한 가운데 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감독상을 받았다. 특히 차젤레는 1985년 생으로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밖에도 촬영, 음악, 미술, 주제가 상을 '라라랜드'가 독차지했다.
남우주연상에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선정됐고 여우조연상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수상했다.
외국어영화상은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게 돌아갔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법 행정명령에 반발해 불참했다.
이날 아케데미 시상식은 정치적으로 관심받은 작품과 감독의 수상이 이어진 데다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 명령에 항의하는 의미의 파란 리본을 달았고, 또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이 가득 차 역대 시상식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목소리가 뜨거웠던 시상식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