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10대의 뜨거운 심장이 살을 에는 칼바람을 녹이며 귀중한 동메달을 캤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차세대 에이스로 통하는 '괴물' 김민석(19.평촌고)이 '깜짝 동메달'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쳤다.

김민석은 13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으로 귀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키엘트 누이스(1분44초01), 은메달 역시 네달란드의 패트릭 로에스트(1분44초86)가 각각 목에 걸었다.

10대의 겁없는 패기가 빙판을 후끈 달궜다. 15조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강철같은 지구력을 앞세워 효과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178cm 68kg의 다소 왜소한 체격의 김민석은 폭발적인 스피드보다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강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초반 300m에서 좀더 스퍼트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밀려 왔지만 19살의 어린 나이를 고려할 때 향후 세계 빙상계의 새로운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맘껏 뽐냈다.

초반 300m를 23초94에 끊어 호흡을 조절한 김민석은 저항을 최소화하는 낮은 자세의 활주와 절묘한 중심이동을 바탕으로 한 군더더기 없는 명품 활주로 1100m를 1분 16초 45에 끊었다. 앞선 선수 중 이 구간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던 키엘트 누이스에 이은 2위. 관중석은 술렁거렸고 김민석은 젖먹던 힘을 다 짜내 마지막 1바퀴에 가속도를 붙여 후회없는 레이스를 마쳤다.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중간 순위 3위를 기록한 김민석은 쏟아지는 박수세례에 손을 들어 화답했다. 남은 3개조의 6명의 선수들이 김민석의 기록을 따라잡지 못해 김민석은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기는 주인공이 됐다.

7살 때 취미로 스케이팅에 입문한 김민석은 2014년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면서 '제2의 이승훈'이라는 별명이 붙는 등 큰 기대를 받았다. 이후 17세 되던 2016년 창춘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같은해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 이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엘리트코스를 제대로 걸었다. 지난해 삿포로아시안게임 1500m 금메달(1분46초26)에 이어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지난해 종목별세계선수권에서 세계 5위(1분46초05)에 올랐다.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의미있는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2차월드컵에서 1분45초43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고, 12월 캘거리 3차 월드컵에서 1분43초49로 10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월드컵에서 1분45초42로 20위를 기록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네 번째 주자로 나선 김민석은 첫 메달을 캐면서 한국 선수단에 기쁨을 안겨줬다.

한국은 앞서 출전한 김보름(25), 이승훈(30), 노선영(29)이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운도 따랐다. 1500m 세계 1위 데니스 유스코프(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허용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좋은 분위기를 감지한 김민석은 올림픽에 앞서 "메달 후보권에도 이름이 올라가지 않아 오기가 생겼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대회를 준비했다"고 결의를 다졌다.

10대의 겁없는 독기와 오기가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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