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1일 샌디에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 골프코스 남코스. 18번 홀을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러 가던 최경주(46)는 응원하러 이틀 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날아온 부인, 그리고 세 자녀와 차례로 포옹을 하며 가족들에게 우승을 놓친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최경주가 4년여 만에 찾아온 PGA 투어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최경주는 전날 악천후로 다 마치지 못했던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650만 달러) 마지막 8개 홀을 1일 치르는 동안 보기만 1개를 기록했지만 전날 버디 1개와 보기 3개가 발목을 잡아 4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이미 전날 6언더파 282타로 4라운드 경기를 모두 끝낸 브랜트 스네데커에게 1타 뒤진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4년8개월 만에 투어 통산 9승째를 노린 최경주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준우승 상금은 70만2000달러다. 최경주가 PGA 투어 대회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2014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공동 2위 이후 약 1년7개월 만이다. 최경주는 2년 전인 2014년에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이날 경기는 원래 오전 8시에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전날과 밤 사이 몰아친 강풍 탓에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는 등 코스 정비에 시간이 더 걸려 오전 10시에 재개됐다. 코스 안전상의 이유로 갤러리 입장이 금지됐다.
전날 경기가 중단된 시점에서 지미 워커(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최경주는 맞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14번 홀(파4)에서 나온 보기가 뼈아팠다. 이때까지 워커, 스네데커와 함께 6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던 최경주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고 두 번째 샷도 러프로 향하는 등 고전 끝에 한 타를 잃었다.
최경주는 마지막 18번 홀(파5)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 홀에서 한 타를 줄인다면 스네데커와 연장 승부를 벌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1, 3라운드에서 18번 홀 버디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맞바람을 너무 많이 계산한 나머지 세 번째 샷이 홀과 거리가 무려 25피트나 떨어진 뒷쪽에 올렸고, 버디 퍼트가 빗겨나며 스네데커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경주는 세 번째 샷을 한 뒤 한참동안 하늘을 쳐다보며 바람을 원망하기도 했다.
이미 전날 경기를 끝낸 스네데커는 혹시 모를 연장 승부에 대비해 몸을 풀다가 최경주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는 순간 가족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그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패권을 탈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