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그 어느 시즌보다 스토리가 풍성하다. 어느 쪽이 이겨도 얘기가 된다. 이른바 ‘저주의 종결’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1908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그 유명한 ‘염소의 저주’가 시작된 1945년 이후로는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만약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경우 시카고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2004년 보스턴 단장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풀며 월드시리즈를 제패한데 이어 ‘염소의 저주’에도 마침표를 찍으며 ‘저주의 종결자’로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와후 추장의 순박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오른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1948년 이후 우승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클리블랜드를 연고로 하는 미국프로농구(NBA)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지난 봄 정규리그에서 73승을 쓸어담으며 역대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운 골든스테이트를 누르고 52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는데 클리블랜드가 만약 월드시리즈에서 올 시즌 최다승을 작성한 시카고 컵스와 격돌하게 됐으니 클리블랜드 시민들에게는 NBA 파이널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어쨌건 어느 한 쪽은 양 팀 합계 176년이나 되는 무관의 세월을 무조건 날려버릴 수 있다.

두 팀의 오랜 내력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만큼 월드시리즈를 둘러싼 열기도 뜨겁다. 역사적인 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한 경쟁은 두 팀의 맞대결이 뿜어내는 열기 이상이다. 월드시리즈는 1, 2차전은 클리블랜드의 홈인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지고 이후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로 자리를 옮겨 3, 4, 5차전을 갖는다. 6, 7차전은 다시 프로그레시브필드로 장소를 옮겨 치르게 된다. 

그런데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지는 세 경기의 티켓 평균 가격은 3000달러(약 340만원)를 호가한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24일(한국시간) 티켓 예매 사이트인 스텁허브(StubHub)를 통해 발매된 리글리필드의 월드시리즈 티켓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불펜투수가 어깨를 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1루측 좌석은 무려 1만7950달러(약 2000만원), 양측 더그아웃 바로 뒤쪽 좌석은 1만6000달러(약 1800만원)에 팔렸다. 

입석 티켓을 구매하면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만 그조차도 만만치가 않다. 리글리필드의 3차전 입석 가운데 가장 싼 티켓이 2275달러(약 260만원)이나 된다. 

이 정도는 약과다. 스텁허브를 통해 판매된 월드시리즈 티켓 가운데 가장 비싼 좌석은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질 7차전의 시카고 컵스 더그아웃 바로 뒷편 4자리다. 장당 2만4500달러(약 2800만원)라는 고액에도 불구하고 벌써 판매됐다. 물론 7차전이 열리지 않는다면 티켓은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