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팀의 격돌로 압축된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의 화두는 '인연'이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는 월드시리즈(WS) 고락을 함께한 우승 동지에서 이젠 적장으로 처지가 바뀐 A.J. 힌치(44)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과 알렉스 코라(43)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의 대결이 흥미를 돋운다.
30년 만에 WS 정상 탈환에 나선 LA 다저스의 도전으로 관심을 끄는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선 밀워키 브루어스 삼총사의 '특별한 고향 방문'이 시선을 붙잡는다.
작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던 순간, 당시 코라 벤치 코치는 덕아웃에서 힌치 감독과 뜨겁게 포옹했다. 트레이 힐만 벤치 코치가 KBO리그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떠나자 힌치 감독은 미래의 감독감으로 촉망받던 코라를 자신의 보좌 코치로 영입했다.
11일 MLB 닷컴에 따르면, 힌치 감독은 2015년 휴스턴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코라를 코치로 데려오려고 했다. 지략과 소통으로 무장한 두 젊은 지도자는 휴스턴의 우승을 일구며 첫 성공을 맛봤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구단의 감독 면접에 나선 코라가 마침내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사령탑에 오른 것도 휴스턴 구단 덕분이다.
휴스턴은 지난해 ALCS 도중 보스턴 구단의 난데없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전쟁' 중에 코라가 감독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보스턴 구단은 휴스턴에 요청했고, 휴스턴은 이를 받아들였다.
코라가 지휘한 보스턴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108승을 거두며 무적의 팀으로 변신했다. 라이벌 뉴욕 양키스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따돌리고 ALCS 무대를 밟았다.
지장이자 덕장인 힌치 감독이 이끄는 휴스턴은 2년 연속 WS를 제패할 팀으로 꼽힌다. 올해에도 정규리그에서 103승을 거둬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힌치 감독은 "코라 감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신념'"이라며 열정적이며 확신에 찬 도전자 코라 감독을 경계했다. 야구를 잘 알고 선수들의 동기 부여도 확실한 코라 감독을 휴스턴 선수들은 지금도 존경한다.
밀워키 타선을 이끄는 트리오 라이언 브론(35), 크리스티안 옐리치(27), 마이크 무스타커스(30)는 15∼17일 NLCS 3차전이 열리는 LA 다저스타디움을 찾는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명의 집은 다저스타디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LA 타임스가 소개한 내용을 보면, 세 선수는 LA에서 가까운 말리부에서 산다.
LA 출신인 무스타커스를 필두로 브론, 옐리치의 고향 역시 LA에서 멀지 않다. 브론은 "우리 팀보다 LA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은 팀은 없다"고 했다.
2007년 밀워키에 입단해 12번째 시즌을 뛴 밀워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브론은 올해 '동네 후배' 옐리치와 무스타커스가 밀워키로 이적하자 맛있는 식당을 알려주고 좋은 이웃도 소개하며 LA 출신끼리 유대를 돈독히 했다.
현재 밀워키 구단주인 마크 애터나시오 역시 LA에 기반을 둔 투자가여서 LA 타임스는 이번 NLCS를 'LA팀과 LA팀의 대결'이라고 묘사했다.
옐리치는 "다저스타디움에서의 NLCS 경기는 정규리그 때와는 다를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자면 '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 휴대전화도 꺼놓아야 할 정도로 집중을 방해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고향에서 치르는 비장한 소감을 전했다.
동네 친구들이 표를 구해달라고 졸라도 모른 척하겠다던 옐리치는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