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의 원대한 목표인 '꿈의 20승'은 얼마나 어려운 기록일까.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7일 일구상 시상식에서 "내년에는 20승을 해보고 싶다"고 깜짝 발언했다. 지난달 27일 팬 미팅에서도 "목표는 20승"이라고 거듭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돌아 오면서 "20승 달성은 무척 어렵지만, 최대한 20승에 근접할 정도로 한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시즌 목표를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밝혀왔지만, 2019시즌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20승'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꼭 20승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20승이라는 목표에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20승은 모든 선발투수의 꿈의 기록이다. 그만큼 20승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블레이크 스넬(템파베이 레이스·21승)과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20승) 뿐이다.
2017년에는 20승 투수는 전무했다. 클레이턴 커쇼(다저스)가 내셔널 리그에서 18승을 거뒀고,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클루버 등 3명이 18승을 기록한 게 그해 최다승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은 박찬호의 18승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개인 최다승은 2013년과 2014년 기록한 14승이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도 20승은 쉽지 않은 기록이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2017년 이상훈(LG 트윈스)에 이어 22년 만에 20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 시절 18승을 거둔 게 개인 최고 성적이다.
20승은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고, 거의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야 접근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스넬이 지난해 31경기에 등판해 21승을 거뒀으니, 20승을 하려면 3경기 중 2승을 챙겨야 하는 셈이다.
류현진은 2018년 정규시즌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하지만 왼 허벅지 내전근 부상 탓에 15경기 출장에 그쳤다. 투구 이닝도 82.1이닝에 그쳤다.
팬그래프닷컴은 지난달 30일 류현진이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5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진이 다치지 않고 로테이션을 지키고 잘 던져야 예상을 뒤집을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김용일 전 LG 트레이너와 혹독한 개인훈련을 하면서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언론은 류현진이 커쇼, 워커 뷸러, 리치 힐에 이어 3∼4선발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수만 잘 던진다고 20승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선의 지원도 받아야 한다.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1.70)를 기록했는데도 10승(9패)에 그치면서 '불운의 투수'라 불렸다.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인 류현진은 2019시즌이 끝난 뒤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 어느 때보다 의지가 남다르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는 경기 수가 많기는 하지만, 시즌 20승을 거두는 투수는 갈수록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선발투수가 소화하는 이닝이 줄고 불펜이 일찍 투입되는 추세가 있어 선발투수가 승을 챙길 확률도 떨어졌다"며 이 시대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거두기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저스가 상위권 전력을 갖추고 있어 다른 팀 투수보다 승수를 더 잘 쌓을 수는 있겠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발·불펜 운용 기준이 명확지 않은 편이어서 류현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면 '경기를 확실히 지배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송 해설위원은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류현진이 20승 목표를 수차례 공언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송 해설위원은 "신중한 성격인 류현진이 20승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그만큼 준비를 잘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본다. 또 대중과 약속했으니 '창피당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일종의 자기 최면을 건 것은 아닐까"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