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즌도 왼발 8골-오른발 9골 비슷
다양한 득점 루트, 수비 입장에선 골치

손흥민(28·토트넘)이 '양발잡이'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사우샘프턴과의 원정경기에서 혼자 4골을 쏘아 올리며 팀의 5-2 대승을 견인했다. 한 경기 4골도 의미가 있지만 '양발잡이' 손흥민의 진가도 빛났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은 오른발로, 2골은 왼발로 만들어냈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없이 양발을 사용하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포문은 오른발로 열었다.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이자 자신의 올 시즌 첫 득점포를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만들어냈다. 곧바로 손흥민은 후반 2분에는 왼발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고, 후반 19분에는 완벽한 오른발 마무리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28분에는 또다시 왼발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골인 4골을 완벽하게 완성했다.
양발의 고른 활용은 축구에서 큰 이점을 가진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자신이 주로 쓰는 발로 대부분의 득점을 이뤄낸다. 유럽 축구를 호령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주발인 왼발 득점이 대부분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역시 헤딩골의 비율이 높은 편이나 양발만 따지면 오른발 득점 비율이 왼발보다 현저하게 높다. 이와 달리 한국 선수들은 과거부터 양발을 잘 써왔다. 독일 무대를 호령했던 차범근부터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1호 박지성은 물론 설기현도 양발을 잘 활용하며 유럽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지난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8골을 넣었는데 이 중 헤딩으로 터뜨린 1골을 제외하면 왼발(8골)과 오른발(9골)의 비율은 거의 동등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득점 루트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양발의 활용은 포지션과 위치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흥민의 경우 정교한 마무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그를 상대하는 수비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첫 해트트릭,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은 '양발잡이' 손흥민이었기에 가능했다.

박준범기자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