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대 대목인 여름 극장가가 1000만 고지를 앞두고 고전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화 ‘범죄도시’의 1000만 관객 돌파로 한때 극장가가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대작영화들이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극장 티켓 가격이 상승한데다 ‘외계+인’,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국내 메이저 4대 투자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볼거리가 넘쳐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2년동안 관객의 성향이 어떻게 바뀐 것일까.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와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한산:용의 출현’, ‘헌트’ 등 2022년 인기 영화의 공통점을 알아봤다.

◇‘떼주연’ 경계,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하라

올해 인기영화는 여러 명의 톱스타가 공동주연을 맡은 ‘떼주연’보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는 베트남에서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강해상(손석구 분)과 그를 잡기 위한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형사의 고군분투가 주된 이야기다. 영화에는 전일만 반장(최귀화 분), 장이수(박지환 분) 등 금천서 강력계 형사들과 여타 범죄자들의 이야기도 그려졌지만 관객은 악당을 시원하게 때려잡는 마석도 형사의 ‘사이다 스토리’에 쾌감을 느꼈다.

7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외화 중 최대 관객을 기록한 톰 크루즈 주연 영화 ‘탑건:매버릭’, 6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도 마찬가지다. ‘탑건: 매버릭’은 주인공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 분)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파일럿 훈련 교관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고 ‘한산:용의 출현’은 한산대첩을 앞둔 주인공 이순신 장군(박해일 분)의 고뇌와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와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헌트’도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 분)의 알력다툼을 오롯이 그려냈다.

반면 톱스타들을 대거 내세운 영화들은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의 경우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초대형 액션 블로버스터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도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등 톱스타 열전이 펼쳐졌지만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항공 재난영화 ‘비상선언’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국가대표급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간신히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총제작비 400억원대인 ‘외계+인’과 300억원대인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해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중장년 관객 공략, 유행어 만들면 금상첨화

티켓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머니에 여유가 있는 중장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가 더 좋은 평가를 얻었다.

‘탑건:매버릭’의 경우 36년 전 개봉한 ‘탑건’의 향수를 추억하는 중장년 남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탑건:매버릭’은 CGV의 예매 관객 연령대 분석 조사에서 40대 관객 비율이 32.3%를 차지했고 30대는 29.3%를 기록했다. 이어 50대 관객이 19.1%로 20대(18.4%)를 앞섰다. 성별로는 남성이 58.4%로, 여성(41.6%)보다 많았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의 경우 개봉 초에는 흥행속도가 더뎠지만 중장년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열풍이 일고 있다. 작품 특유의 문학적 코드에 집중하는 관객들을 위해 각본집까지 출판된 상황이다.

특히 ‘헤어질 결심’과 ‘한산:용의 출현’의 주연배우 박해일이 같은 점에 착안,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한 밈도 유행이다. 온라인에서는 “왜놈 칠 결심”, “저 친절한 왜놈의 심장을 가져다 줘요”, “조선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등의 밈이 생산됐다.

영화 ‘범죄도시’ 도 1편의 빌런 장첸(윤계상 분)이 유행시킨 대사 “니 내 누군지 아니?”를 장이수가 패러디하는 장면으로 웃음을 안겼다.

◇매력적인 악역 필수

극의 긴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악역은 인기 영화의 필수코드다. ‘범죄도시’의 경우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로 인기몰이했던 배우 손석구가 빌런 강해상으로 분해 마석도와 경쟁구도를 벌였다.

‘한산:용의 출현’에서는 변요한이 연기한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임팩트가 컸다. 극중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캐릭터에 생동감이 생기면서 단순히 ‘조선의 적인 왜장’ 이미지에서 일본의 실력있는 젊은 장수와 이순신의 대결로 이야기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 ‘비상선언’의 경우 극 초반 긴장감을 불어넣은 임시완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비록 영화는 여러 구설수 끝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임시완의 몰입도있는 악역 연기만큼은 호평을 받았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ABO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CJ ENM, 쇼박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