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쇼로 얼굴 알린 신유빈 '영화같은 인생'… 뜨거운 관심 속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
도쿄-항저우 거치며 실력에 인성도 좋은 선수로 성장, 마침내 올림픽 메달리스트 꿈 이뤄
'트루먼쇼' 같은 인생이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20ㄱ대한항공)은 만 5세였던 2009년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해 탁구 영재로 소개됐다. 당시 부친이 운영하던 탁구장에서 탁구를 접한 신유빈은 신동 같은 모습으로 극찬받았다. 키가 작아 시선이 네트에 향할 정도로 작은 아이임에도 능숙한 플레이를 선보여 현정화 해설위원이 "이대로만 잘 자라면 우리나라를 빛낼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신유빈의 영화 같은 인생이 시작됐다. 탁구 선수의 길을 선택한 신유빈은 어딜 가나 큰 관심을 끌었다. 대중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삶을 살았지만, 예능에 나오던 그 모습 그대로 컸다. 2019년 6월21일 만 14세 11개월16일에 치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상위 3명에 들면서 자력으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10대를 지나면서도 신유빈의 탁구 인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0대후반으로 접어들던 2021년에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 금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부상, 슬럼프도 있었지만 그녀의 성장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신유빈은 인성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평소 "탁구를 잘하는 것뿐 아니라 인성이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행실이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나름의 철칙을 갖고 산다. 취재진을 만나도 신유빈은 늘 상냥한 미소로 대한다.
멀리 떨어진 기자를 위해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뷰에 응하기도 한다. 구김살이 없고,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캐릭터다. '좋은사람'으로 자란 신유빈은 마침내 12년간 끊겨 있던 올림픽 탁구 메달의 맥을 캤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무려 12년 만의 메달이다. 리우, 도쿄에서 '노메달'에 그쳐 좌절했던 한국 탁구는 신유빈을 통해 다시 희망을 봤다. 이제 신유빈은 의심의 여지 없는 한국 탁구의 기둥이다.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난 신유빈은 "기뻐서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은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돼 정말 좋다"며 웃었다. 이어 "작년에도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큰 대회를 많이 경험했는데 그때 좋은 성적을 냈던 게 이번 대회에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파트너 임종훈은 신유빈을 향해 "고맙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오는 19일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신유빈은 "오빠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 힘들었을 텐데 아무런 내색 없이 잘 견뎌줘서 감사하다. 오빠 덕분에 힘을 냈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3년 사이에 부상도 있고, 경기를 계속 지기만 하던 시기도 겪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 나에게 '잘 견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자신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남겼다.
15년 전 출연한 예능에서 신유빈은 "6개의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과 두 명의 선생님, 언니와 자신을 위한 숫자였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신유빈. 목표를 이루는 게 꿈은 아니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