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여정이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째 아들이 동성애자이며, 현재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밝혔다.
동성혼에 대해 보수적인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배우 윤여정의 이번 고백은 강한 울림을 남긴다.
윤여정은 최근 미국 피플, 버라이어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성 정체성과 결혼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그는 “큰아들은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고, 뉴욕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후 결혼식을 올렸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비밀이었기에 가족 모두가 뉴욕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들보다 사위를 더 좋아한다”고 방싯했다.
이 고백은 그가 출연한 영화 <결혼 피로연(The Wedding Banquet)>과 깊은 연관이 있다. ‘결혼 피로연’은 1993년 리안 감독의 동명 작품을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가족의 압박에 못 이겨 위장결혼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윤여정은 극 중 손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할머니 ‘자영’ 역을 맡았다. 그는 대사 중 “네가 누구든, 넌 내 손자야”라는 말을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실제 내 삶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감독과 내 경험을 나누며 만들어낸 대사”라며 “이 대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한국에서 말한 적은 없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책을 던질지도 모르지만, 한국이 마음을 열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 이야기는 내 개인적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특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은 삶이 투영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
윤여정은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두 아들을 뒀고, 1987년 이혼한 뒤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을 세운 그는, 이번 <결혼 피로연>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신념이 담긴 연기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영화 <결혼 피로연>은 이달 중 북미 지역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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