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위협구. 멍은 남았지만, 화는 없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슈퍼스타의 품격’을 입증했다.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도 팀을 앞세운 그의 침착함은 결국 충돌을 막았고, 이도류 복귀 등판 일정도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지난 2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 4연전 마지막 날, 양 팀에 쌓인 긴장은 폭발 직전이었다. 이미 시리즈 도중 8개의 사구가 나온 상황.
이날 9회초에는 잭 리틀의 공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손을 강타했고, 바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과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동시에 퇴장을 당한 가운데, 분위기는 냉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9회말. 사건의 중심에 선 오타니. 상대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즈의 99.8마일(약 160.6㎞) 강속구가 그의 어깨쪽 등을 가격했다.
연이은 위협구, 팀의 에이스, 그리고 경기 후반. 모든 요소가 다시 벤치클리어링을 향할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달랐다.
그는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나오지 말라”는 손짓했다. 클레이튼 커쇼 등 동료들이 주춤한 채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사이, 오타니는 1루로 향하며 샌디에이고 벤치 쪽에 다가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 1루수 루이스 아라에즈와는 악수도 나눴다. 긴장감이 맴도는 현장에서, 오타니의 절제된 태도는 또 다른 벤클 사태를 막았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100% 고의적인 투구였다. 3볼에서 좌타자 상단 몸쪽으로 강속구를 던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격분했지만, 오타니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MLB 사무국은 결국 수아레즈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오타니의 발걸음을 일정대로 간다. 이도류 복귀를 선언하며 다시 마운드에 선 그는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두 번째 투타 겸업 등판을 앞두고 있다. 닛칸 스포츠는 “오타니는 경기 전 불펜에서 20구를 던졌고, 멍 자국이 남았지만 투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최고 구속 100.2마일(161.3km)을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오른쪽 팔꿈치 수술 후 663일 만의 이도류 복귀전이었다. 이날 오타니는 1이닝 28구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등판이다. 로버츠 감독은 “불펜 투구를 보니 전혀 문제없었다. 오타니는 일요일(23일) 예정대로 등판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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